◎핵심측근 사임·과반수정당 지위 상실존 메이저 영국총리가 생애에서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두개의 뇌를 가진 사람」이라고 불릴 정도로 머리가 좋아 총리재목으로 꼽혀온 핵심측근 데이비드 윌레츠 재정지출 담당 장관이 11일 사임했다. 윌레츠는 뇌물수수혐의로 의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 보수당 소속 의원 및 각료를 보호하기 위해 의회에 거짓자료를 제출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92년 성추문으로 사임한 국가유적장관 데이비드 멜러에서 윌레츠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비리와 추문으로 자리를 내놓은 장관급 각료만 9명이다. 그들을 중용했던 메이저로서는 이제 더 이상 구겨질 위신도 없을 정도가 됐다.
당쪽에서는 소속 의원들의 연이은 탈당과 사망으로 17년 보수당 집권사상 처음으로 과반수정당 지위를 상실하게 됐다. 앞서 6일 존 고스트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지만 아직은 당적을 지니고 있어 보수당은 하원 651석 가운데 324석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13일 보수당이 절대 열세지역인 반슬리 이스트에서 보궐선거가 실시되므로 이때부터 공식적으로 다수당지위를 잃게 된다. 북아일랜드 얼스터동맹당(9석)의 지지 덕에 당장 정권을 내놓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우에 따라선 내년 5월까지의 임기 이전에 의회해산과 조기총선을 실시해야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여기에 2일 있었던 유럽연합(EU) 재무장관회의를 계기로 당내 우파들이 케네스 클라크 재무장관을 타깃으로 삼아 메이저 총리의 유럽단일통화제도 가입방침을 집중공격하는 등 당내 불협화음도 고조되고 있다.
착실한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공공예산감축, 유럽단일통화제 가입방침 등 비인기 정책과 당내분으로 가뜩이나 지지기반을 잃어온 터에 연말 잇달아 터져나온 악재로 인해 메이저 총리는 또한번 휘청거리고 있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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