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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힘의 행사/대기업 자제해야/서상록(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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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힘의 행사/대기업 자제해야/서상록(특별기고)

입력
1996.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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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반이란 말이 있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서 한 사람을 도와준다는 성어이다. 대기업이 이 「십시일반」에 기대어 경기의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요즈음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납품대금에 대하여 다시 3개월짜리 어음을 끊는 방향으로 돌아섰는데 이것이 바로 십시일반의 수법이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3개월짜리 어음을 끊는다는 것은 대기업이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들」의 돈을 3개월동안 빌려서 자신의 「한끼자금」을 때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관계가 갖는 순기능의 하나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신용을 제공할 수 있는 점인데, 중소기업이 대기업에게 신용을 주고 있으니 이것은 분명히 역리이다. 이러한 역리 속에서도 재계의 몇몇 최선두 그룹이 높은 현금결제비중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으니 경제윤리의 씨앗은 살아있는 모양이다.우리나라 대기업의 위력은 정말 대단한데, 이것은 그들이 쌍방독점의 지위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협력관계에 있는 전방의 중소기업들에 대해서는 수요독점자의 지위에 있으며, 후방에 있는 판매대리점(및 수요자)에 대해서는 공급독점자의 지위에 있는 것이다. 만일 이들 대기업이 전방의 중소기업으로부터는 채무의 여신기간을 늘리고 후방의 중소업체에 대해서는 채권의 여신기간을 죄어 부친다면 앉아서 당하기만 해야 하는 중소기업의 사정은 정말 딱하다. 경기의 어려움에 당면한 대기업이 전후방의 중소기업에 대해 이러한 완력을 행사하지 않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물론 대기업이 혼자서 불황의 부담을 떠안을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경제단위들은 시장기구를 통하여 유기적인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불황의 부담을 시장기구안에서 체계적으로 분산, 전가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산·전가과정에서 결국은 대기업과 전·후방으로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들이 부담의 상당한 부분을 숙명적으로 떠안게 되는 것이다. 사태가 이러하기 때문에 우리는 중소기업이 불황기에는 충격완화작용을 한다고 하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 전자제품, 조선공업이나 다른 기계공업에서 중소기업이 하는 충격완화의 역할은 매우 크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대기업이 불황기의 자금부담을 전적으로 중소기업에게 떠넘기는 식의 일방적이고 과도한 전가가 있어서는 안된다. 그래서는 충격완화의 쿠션이 찌부러진다. 아니면 일방적으로 밟히던 지렁이가 언젠가는 꿈틀거린다.

이웃 일본은 최근 수년동안에 그들이 자랑하는 케이레츠(계렬)가 무너지는 이른바 「계열의 반란」을 경험하였다. 그 원인은 대기업이 버블경제 붕괴에 살아남기 위하여 협력관계에 있는 계열 중소기업에게 「떠넘기기 전략」을 구사하자, 이에 견디다 못한 중소협력기업들이 일어선데 있다. 대기업이 품질, 납기, 지불조건면에서 너무 까다롭게 굴고, 일부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아웃소싱을 하게 되자, 협력중소기업들끼리 수평적으로 뭉치는 「네트워크전략」을 구사하여, 대기업에 매달리지 않는 「수주독립」을 선언하였을 뿐 아니라 연합전선을 통하여 해외 조립 메이커에게 공동판매까지 하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계열 중소기업의 연합전선이 대기업에 대항하는 세력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러한 의미의 중소기업 네트워크전략은 결코 강건너 불이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곧 번질 것이다. 적과도 손을 잡는 전략적제휴가 유행을 하며, 경쟁과 협력이 공존할 뿐 아니라 제로섬게임에서 상생게임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현대경영에서는 대기업의 일방통행적인 힘의 행사는 소망스럽지도 않을 뿐 아니라 통하지도 않는다. 쌍방독점의 위력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의 자제를 거듭요청한다. 힘은 아껴야 한다. 이것이 옛사람들의 가르침인 색이다.<중기연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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