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김경호씨 일가족의 탈북, 한국으로의 엑서더스는 그 과정의 장엄함만치 많은 문제점도 제기했다. 이미 중국·홍콩 등 이들의 경유지와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에 휘말려 앞으로는 이들 경유지의 협조를 받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 그간 이 사건을 다루고 보도했던 우리 정부나 언론은 뼈아픈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 같다.현지 보도에 따르면 홍콩은 지난해 11월 중국 등지에서 홍콩으로 밀입국하는 탈북자 처리문제와 관련, 이들이 한국에 망명을 요청하는 경우 비공개를 전제로 한국에 인도한다는 약속을 한 바 있으나 이번 경우 이들이 홍콩에 밀입국했다는 사실부터 출발까지 모든 사실이 한국측에 의해 공개돼 지금까지의 홍콩의 탈북자 처리방식의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약속을 어기고 모든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오로지 인도적 견지에서 탈북자의 무사 망명을 도왔던 홍콩 당국으로서는 여간 난처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이번 사건은 이미 밝혀진 바와 같이 17명일가의 대탈출이라는 점에서 일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사실의 공개에도 한계는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경우 탈북사실이 알려진 후 서울안착에 이르는 과정이 불필요하게 상세히 발표돼 앞으로 있을 탈북자의 안전을 위해 이런 방식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의아심을 불러 일으켰다.
예컨대 김씨일행이 관광객을 가장해 중국대륙을 횡단할 때 열차공안원을 얼마에 매수했느니 하는 보도는 사려깊지 못했다는 점을 솔직히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경유지를 밝히지 않기로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사안이다. 이를 지키지 못해 외교적 긴장상태를 초래한 것은 전적으로 당국의 책임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는 발단이 물론 기자들의 과열취재 경쟁 때문이라고는 하나 모든 정보를 장악, 대처하고 있는 관계당국의 매끄럽지 못한 대처능력 역시 비난을 면키 어렵다고 본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현재 중국과 러시아에는 한국행을 고대하는 탈북자 수가 3,000여명에 이르고 현지 우리 공관에 망명을 신청한 숫자만도 1,2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중 상당수가 이번에 공개돼 버린 이 루트를 통해 한국행을 기도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 루트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들 탈북기도자들에게는 엄청난 시련으로 작용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차제에 당국은 우선 이 홍콩루트가 닫히는 일이 없도록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아울러 인도적 고려가 계속 될 수 있도록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 왜냐하면 생명을 걸고 탈북한 이들에게 안전한 한국귀환의 문호를 넓혀 주는 것이 우리의 인도적 대북정책과도 부합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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