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금년 3·4분기에 국내총생산액(GDP)기준으로 6.4% 성장에 그쳤다. 정책당국자들은 GDP성장률의 낮은 수치도 중요시해야겠지만 거기에 함축되어 있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첫째는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의 수출부진으로 재고가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동기에 비하여 반도체는 무려 110%, 자동차는 43%, 철강은 82%의 재고가 늘어났다.
둘째는 우리나라 국내 경기순환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져서 97년말께나 바닥을 치고 올라갈 것이라는 점이다.
셋째는 3·4분기 GDP성장률 6.4%는 3년3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런 거시변수앞에서 금융통화당국에 기대하는 정책수단은 사전적이고 전향적 불황대책이 아닐 수 없다.
첫째 재정경제원은 전통적인 불황대책인 재정정책을 쥐고 있는만큼 예산편성과 예산집행과정에서 각종 정책금융수단을 동원, 전략수출부문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국제결제은행(BIS) 가입으로 과거와 같은 정책수단을 동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출입은행이나 외국환은행을 통하여 동남아 남미 동구권 등 아직까지 우리가 소홀히 여겼던 지역에 단기수출금융이나 원자재수입금융은 물론 중장기 현지 수출금융 등 공급자 신용의 폭과 깊이를 확대조절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강력한 중앙은행의 역할이다. 한국은행은 법상 통화가치의 안정을 1차적 목표로 삼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의 위험 못지않게 무서운 것은 대량실업 등 사회문제를 야기시키는 디플레이션이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최근 국제경쟁력 10% 올리기에 앞장서서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평균 1.9%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채금리를 비롯하여 시중은행 금리가 기대한대로 내려가지 않고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단적으로 말하면 중앙은행의 공금리인 재할인금리가 인하되지 않은데 있다. 요즘같이 어려운 세상에 선생님이 솔선수범하지 않고 있는데 학생들이 앞장서서 행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한국은행이 아무리 힘이 없더라도 할아버지가 헛기침소리를 자주하면서 집안을 다스리듯이 공금리를 0.5∼1%포인트 인하해보라. 그러면 시중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따라오지 않겠는가. 그래서 「도덕적 설득」을 잘 하는 선진국 중앙은행일수록 경기가 나쁠때 금리인하를 중앙은행이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는 OECD나 BIS가입을 계기로 통화당국는 총량적 규제가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과감하게 선진국형인 선별적 규제로 금융정책의 전략적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현행 총통화(M2)규제방식은 총량적 목표 달성에 많은 기여를 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 경기후퇴의 늪이 깊어지고 선진국 진입으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질때 제한된 자금원천을 가지고 적재적소에 정확히 자금을 공급하기에는 미흡하다. 따라서 선진국일수록 선별적 규제 또는 질적 규제를 행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 중앙은행도 일괄적격이라든가 총액재할인제도를 재검토할 때가 왔다. 대신 시중은행의 개별할인어음을 심사해 재할인 적격성을 인증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할 반도체 자동차 철강같은 분야의 인증된 어음을 담보로 한국은행이 재할인해주는 선진국형의 재할인제도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해야 할 것이다.<숭실대 경상대학 교수>숭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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