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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정책에 경제가 설 수 있나/정치논리에 밀려 일관성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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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정책에 경제가 설 수 있나/정치논리에 밀려 일관성 상실

입력
1996.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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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사 의무고용 폐지→존속/공기업 민영화 갈수록 후퇴/금리·그린벨트 문제 어정쩡/21세기 장기구상 손도 못대/책임 떠넘기기·눈치보기 “구태”문민정부의 경제팀이 김영삼 대통령 취임초 신경제5개년계획을 입안하면서 제시했던 경제정책운용의 3대원칙(일관성 예측가능성 투명성)이 신경제5개년계획 마무리단계에서 무너져내리고 있다. 경제팀이 정치논리에 눌려 주요 경제정책의 뼈대를 원칙없이 수정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관계부처간의 책임 떠넘기기로 주요 민생현안이 표류하고 있다.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김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된 사안이 보도자료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보류돼 국민과 기업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무원칙적인 경제정책운용으로 경제난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정부가 「경쟁력 10%이상 높이기」대책의 하나로 대통령에게 보고한 영양사와 조리사에 대한 의무고용제 폐지문제가 존속으로 굳혀졌다. 당사자들이 크게 반발하는데다 국무총리실에서 보류쪽의 입장을 보이자, 산업체의 고용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던 재정경제원과 통상산업부가 슬그머니 이를 수용해버린 것이다.

93년 10월부터 추진된 공기업 민영화도 일관성이 없는 단적인 예다. 당초 58개 공기업을 민영화하겠다며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지난달 1일 담배인삼공사 가스공사 한국통신 한국중공업 등 4개 대규모 공기업의 경우 전문경영인체제 도입을 통한 경영효율화로 크게 후퇴했다. 특정기업에 넘어가면 특혜시비가 일 수 있다는 등의 명분을 달았지만 이는 추진 당시에도 검토했던 부분이었다.

정부의 금융권에 대한 간섭을 보면 정책의 투명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달 은행연합회장에 재무부차관출신으로 15대 총선때 신한국당후보로 출마했던 인사가 선출된데는 재경원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은행대출금리인하도 재경원의 주문을 은행들이 마지못해 수용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어 부작용이 아주 크다. 한국통신 주식 2차 입찰과정에선 응찰자가 거의없자 재경원이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입찰에 참여해줄 것을 강요했고, 3차 입찰에 앞서서는 증시사정이 좋지 않은데다 「97년 상반기 상장 검토」라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선거때면 나오는 그린벨트 완화문제도 집권당인 신한국당에서 들고 나오자 정부는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산시와 대구시가 1년 가까이 줄다리기를 해온 위천지역 국가공단지정과 관련, 이들의 요청을 받아 결정해야 하는 건설교통부는 해당지역 주민들의 표를 의식한듯 신한국당에 결정해달라고 주문했다. 「2020년 세계 7위 경제대국」을 골자로 한 21세기 경제장기구상은 당초 7월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내기로 했으나 아직까지도 보고시기를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5년주기로 만들었던 경제개발계획을 대체하는 만큼 늦출 수 없는 사안이지만 경기침체로 현안에 쫓기다 보니 준비할 여유가 없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소주 감미료로 쓰이는 스테비오사이드 유해논란과정에서는 부처간 책임떠넘기기가 노출됐다. 국회 재경위는 지난달 8일 소비자보호원 등 일부 기관의 의견을 토대로 국민건강상 인체의 유무해 여부가 판정될 때까지 스테비오사이드의 사용을 중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공문을 재경원에 보냈다. 재경원은 84년이후 식품첨가물로 사용되고 있는 스테비오사이드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보건복지부의 공문을 토대로 3일 국회에 재심을 요청했다. 하지만 국회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자 『(국회의) 뜻에 따르겠다』고 물러섰다.

복지부는 더구나 문제의 공문에서 『인체에는 무해하지만 소주에 첨가물로 사용할지 여부는 재경원이 판단해 달라』고 책임을 미뤘다.<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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