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를 1년여나 앞두고 중앙정치권이 지방자치단체들을 정쟁의 소용돌이로 끌어들여 혼란이 일고 있다. 선거전이 본격화하면 과연 얼마나 시끄러워질지 우려스럽다.경기도의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중앙당의 지시를 받은 국민회의 도의원들이 내년 대선과 연계된 예산은 무조건 삭감키로 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회의 소속 상임위원들은 고양시 세계꽃박람회지원예산(5억원)과 수도권순환철도 용역비(7억원) 등 대통령지시사업과 여당 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과 관련된 예산은 모두 삭감키로 했다. 이에 대해 신한국당 도의원들이 예산을 원상복구하겠다고 벼르고 나섰다. 도의회가 정치권의 대리전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을 시끄럽게 한 서울시장의 구청장임명제 파동도 이와 무관치 않다. 파문의 진원지였던 최수병 서울시정무부시장의 『시장의 구청장임명 검토』 발언도 무소속 서울시장을 자신의 페이스로 끌어들이려는 신한국당의원들의 「유도심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신한국당은 『타당한 문제 제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11일 열린 시정간담회에서 국민회의 의원들은 『시장이 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부시장에 대한 책임을 추궁했어야 한다』고 물고 늘어졌다. 어떤 제도가 바람직한 것인가를 생각하기 전에 당론만을 앞세우는 정치인들의 행태가 드러난 대목이다.
최근 불거져 나온 자치단체의 각종 비리사건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서울시의 시내버스비리와 하수도비리, 수원시의 불법기부금모집 등은 대선을 앞두고 여권이 자치단체장들의 발목을 잡기 위해 동원한 고도의 정치적 술책이라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이다.
정치권은 기초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까지 대선에 활용하려고 기를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국민의 편안한 생활을 위해 얼마나 행정력을 발휘하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 이것이 소속정당의 정책수행능력을 평가하는 가늠자이기도 하다. 정치권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행정력을 키우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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