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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교 철거와 교통대책(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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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교 철거와 교통대책(사설)

입력
1996.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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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2호선의 한강교량인 당산철교가 드디어 올 연말을 기해 철거된다. 서울시는 10일 교량붕괴로 인한 대형참사를 예방하기 위해 교통난을 무릅쓰고 재시공을 서두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보수해 그냥 쓸 것이냐, 철거하고 재시공할 것이냐 하는 논쟁은 끝난 셈이다. 보수하더라도 잔존수명이 길어야 10년이고 보수공사에도 1년이 걸린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고 보면 아무도 철거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형편이다. 원천적으로 설계와 시공이 잘못돼 언제 성수대교 붕괴보다 더한 대참사가 일어날지 모른다는데 철거를 반대할 논리가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분명히 밝혀두어야 할 것이 있다. 12년밖에 안된 다리를 철거해야 할만큼 엉터리로 지은 책임소재를 엄밀히 가리는 일이다. 서울지하철공사는 시공사인 남광토건과 설계를 맡았던 삼우기술단 한국철도기술협력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 위해 법원에 교량 구조물을 증거물로 보전해 달라고 신청해 두었다.

어느쪽 책임인지 앞으로 법원이 판단할 일이지만 「원천적으로 잘못된 설계와 공법」을 받아들인 서울시의 책임도 가볍지는 않다. 2호선을 개통하면서 서울시가 세계에서 가장 싼 값에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긴 지하철을 건설했다고 자랑한 일을 우리는 기억한다. 반세기가 지나도 끄덕없는 선진외국의 교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해도 우리 수준이 12년만에 전면 철거해야 할 정도라니 너무 서글프다.

또 한가지는 교통대책에 관한 것이다. 서울시는 전동차 운행이 끊기는 당산―합정역간에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다른 지하철 운행시격을 좁혀 수송부담을 분산시킨다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어떤 대책도 전동차 10량이 실어나르는 하루 30만명의 교통인구를 흡수하기는 불가능한 일이어서 이용시민들의 불편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구나 내년 5월부터는 바로 옆에 있는 양화대교 하행선 4차선교량 상판을 철거하고 재시공할 계획이어서 서울 서남부지역은 교통대란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우리가 보기에 서울시의 교통대책에 몇가지 허술함이 엿보인다. 우선 철거에 대비해 서강대교 준공을 서두른다 하나 연말에 이 다리가 개통되어도 기존도로 접속기능이 미약해 제구실을 하기 어렵다. 지난해 12월 당산철교 철거방침을 확정하고도 이제 와서 임시가교 개설을 서두르는 이유는 뭔가. 합정역의 회차시설도 이제야 공사를 시작해 내년 2월15일부터나 일부차량 회차가 가능해진다고 한다.

수십년을 써야 할 다리를 12년만에 헐어내는 이 엄청난 낭비와 범시민적 피해는 우리나라 토목건설사의 오욕이다. 업계와 서울시는 이 불명예를 뼈아픈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철거구간만이 아닌 연계도로 전반에 대한 철저한 교통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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