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4개월간의 실랑이 끝에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등에 관한 제도개선에 합의했다. 하지만 여야가 합의한 상당부분이 과연 문제있고 잘못된 제도를 개선한 것인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한마디로 예산안을 볼모로 잡은 채 철저한 당리당략, 정당의 편의와 이기주의에 따라 손질한 것이기 때문이다.본래 국회제도개선특별위원회는 야당이 15대 총선 사범에 대한 검찰·경찰의 수사가 야당탄압위주의 편파적이라며 국회개원을 저지, 한달간 지연된 끝에 협상의 산물로 구성됐었다. 물론 이번 합의 가운데 공정선거 등과 관련, 의미있는 대목이 여러가지 있는게 사실이다. 검찰 및 경찰청장의 퇴임후 2년간 당적과 검사의 청와대파견 금지, 모든 정치자금의 선관위를 통한 기탁, 공영방송의 대통령 후보 TV토론실시, 자원봉사자에게 금품제공때 처벌, 국회의 복수상임위제도입, 상임위의 일문일답식 운영 등도 그렇고 방송위가 선거방송의 공정성을 위한 특별규정을 만들게 한 것 등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여야당이 이해가 엇갈린 중요한 사안 등은 계속 연구과제로 미루고 대신 국민의 비판에 아랑곳 없이 이해가 합치되는 것에 대해서는 쉽게 담합한 것은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즉 검찰위원회구성,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배제, 인사청문회 그리고 공정한 국회운영을 위해 국회의장의 당적이탈 등이 미묘한 사안이기는 하나 내년 2월까지 계속 검토로 넘긴 것은 아쉽기 짝이 없다.
이번 합의중 그야말로 몰염치한 대표적인 야합케이스는 법정선거비용초과 또는 금품살포 등으로 선거사무장과 회계책임자가 실형을 선고받을 때 후보의 당선이 무효가 되는 이른바 연좌제를 폐지한 것이다. 선거혁명을 목표로 도입했다는 영국식 선거제도의 핵심인 연좌제를 단 한번도 시행하지 않고 폐지에 합의함으로써 스스로 선거개혁·깨끗한 정치구현을 팽개친 것이다. 이처럼 제도를 개악한데다 4·11총선때 연좌제관련하여 기소 또는 재판에 계류중인 현역의원들을 새법으로 구제한다는 데는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이렇게 하고도 깨끗한 선거·공정한 선거를 자랑할 것인가. 그 뿐인가. 선거공영제란 명목아래 대통령후보의 신문광고와 TV연설 비용을 국민이 부담하도록 떠넘긴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여야가 서로가 한발씩 양보하여 절충했다는 공영방송의 대통령 후보 TV토론도 따지고 보면 새로운 것이 아니다. 공영방송이 선관위규칙에 따라 주관하고 희망하지 않는 후보는 불참할 수 있게 했지만 현행 언론기관초청토론회(82조)와 거의 유사한 것으로 핵심후보 1∼2명이 불참 때 과연 성사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어떻든 제도개선합의로 예산처리는 순탄케 되었지만 국민들로서는 꺼림칙하기만 하다. 여야는 합의사항에 대한 정치적 득실에만 자족하지 말고 이제라도 개악된 부분은 바로잡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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