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두번 만남/맞벌이시대 새 풍속도현대판 「견우 직녀」가 늘고 있다. 견우 직녀처럼 1년에 한 두번씩 휴가때에나 만나는 부부가 부쩍 늘고 있는 것이다. 취업주부의 인구가 점점 늘어나면서 생긴 새로운 부부상이다.
70년대 중동개발 붐이 일 때 생긴 「견우 직녀 부부」가 경제적 이유로 어쩔 수 없는 것이었던 데에 비하여 90년대 「견우 직녀」는 자의에 의한 것이라는 차이가 있다.
대기업 패션 디자이너인 김모(32)씨는 지난 95년 인도네시아로 해외근무를 떠나게 된 남편을 혼자 보냈다. 직장을 포기하고 따라 갈 수 없었기 때문. 4살난 아들과 함께 서울에 있는 김씨는 휴가 때면 인도네시아로 가서 남편과 랑데부하는 지금 생활이 즐겁다. 김씨는 『잠시 떨어져 사는 생활이 부부관계를 더 돈독히 해준다』고 말했다.
지난 9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랜대일의 중학교에 두 아들을 유학 보낸 문모(43)씨는 남편과 생이별을 선택했다. 어린 자녀 둘만 보내기에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아예 미국에 집을 마련하고 아들들 곁에 있으면서 6개월정도마다 한번씩 남편을 보러 귀국한다. 문씨는 『우리 연배에는 자식의 교육에 모든 관심이 쏠린다. 남편보다 아이들에게 나의 손길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런 생활을 감수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렇지만 부부관계에 좋은 점도 있다. 『결혼 20년쯤 되면 서로에게 무덤덤해지는데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다가 남편과 만나면 애틋하고 신혼때처럼 좋다』는 문씨는 『부부가 서로 믿을 수 있어야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집걱정으로 국제전화를 많이 하게 되어 한 달이면 전화료만 20만∼30만원 정도 나오는 것이 흠이다.
아내의 유학으로 떨어져 사는 부부도 많다. 지난 해 프랑스로 1년간 연수를 다녀온 이유숙(39)씨. 이씨는 문예진흥원기금장학생으로 뽑혀 프랑스 국립극장 「코미디 프랑세즈」에서 연극의상을 공부했다. 연극연출가인 남편 이병훈(44)씨도 지난 86년 같은 극단에서 연수를 해 「견우 직녀」경험이 두 번째다. 이씨는 『휴가때 프랑스로 날아온 남편과 공연을 보러가니 새로운 감정이 일더라』고 말했다.
모든 부부가 성공적으로 「견우 직녀」생활을 견디는 것은 아니다. 남편이 올해초 대한항공 중국지사 근무를 시작한 윤정아(38)씨는 『시어머니를 모셔야 하고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가 가기 싫다고 해 남편을 혼자 보냈다』며 『그러나 지난 여름에 남편의 얼굴을 보니 도저히 그냥 놔둘 수 없어 살림을 합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상지대 강이수(36·여성학) 교수는 『이같은 부부상은 주부가 가족 만큼이나 자신의 일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 분위기에서 나타나게 된 것』이라며 『여성의 취업이 늘고 자기성취를 중시하게 될 미래에는 보편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노향란 기자>노향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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