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이 잠수함공비 소탕작전에 대한 검열 결과로 군단장을 비롯, 20명을 문책한 것은 우선 군 작전에 대한 자체징계가 드문 일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그것은 그만큼 이번 사태를 본 국민의 군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이었음을 군이 자각하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군은 또 해안감시에서부터 초동조치, 상황보고체계, 정보판단, 군기강, 예비군운용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문제점이 있었음을 시인하고 각각의 개선대책 마련을 다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자책과 함께 합참이 『작전과정에서의 많은 난점에도 불구하고 군의 이번 공비소탕 전과는 과거에 비해 성공적이었다』고 결론지은 자체평가에 우리는 동의하기 어렵다.
공비 25명을 소탕하는데 6만여명의 병력과 첨단장비를 동원하고도 16명의 사망자와 27명의 중경상자를 낸 전투결과를 놓고 「성공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낯뜨거운 일이다. 외국언론조차 「20명이 넘어온 것을 가지고 그 야단이니 2만명이었다면 어쩔 뻔했는가」라며 우리 군의 준비 없음을 우려했던 일을 우리는 뼈아프게 기억하고 있다.
군은 사기를 먹고 사는 집단이다. 지난 5일 전군지휘관회의에서 「강군 육성」을 국군의 지휘목표로 정한 것은 훈련강화와 군기확립을 통해 사기진작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일응 올바른 접근이라고 본다.
문민정부들어 이제까지 수년간 군의 정치적 중립을 목표로 한 개혁작업과 신세대 장병에 대한 복지 위주의 군 운영을 하다보니 군기가 이완되고 훈련강도가 떨어져 군병력의 약체현상이 각급부대에 만연돼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작전과정에서도 곳곳에서 이 문제점이 드러났고, 심지어는 공비침투로 전군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무장탈영사건이 2건이나 발생해 국민을 불안케 했다.
군이 지휘서신을 통해 사병의 현금카드와 삐삐사용을 금지토록한 것은 기강확립을 위해 벌써부터 했어야 할 상징적인 조치로 평가할 만하다. 군의 사기는 군생활을 편하게 해주기 보다는 정신교육과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군인으로서 자신감을 갖도록 함으로써 오히려 증진되기 때문이다. 또한 장병의 사기가 일체감을 통한 전우애로서 뒷받침된다고 할 때 부모가 부쳐주는 월 수십만원씩을 카드로 마음대로 찾아 쓰는 일은 병사들간에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사기의 요체는 솔선수범이다. 예하장병에게 규제와 희생을 요구하자면 먼저 지도부가 자기 살을 깎아내야만 실효를 거둘 수 있다. 공비소탕작전의 큰 실책이 합참 자체에도 있었다는 것이 군의 여론이라면 당시 작전을 지휘한 관련 지휘관들도 스스로 어떤 처분이라도 받을 자세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우리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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