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무관심층 20∼30대 PC게시판에 의견 봇물/‘미사일 개발 계획 좌절’ 등 대부분 정부 비판적현실공간에서 대표적 정치무관심층으로 분류되는 20∼30대. 지난 4월 15대총선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다른 연령층에 비해 가장 낮은 43.8%의 투표율을 보였다. 그러나 가상공간에서만은 정치 현안에 대해 왕성한 관심을 나타내며 상반된 행태를 보여준다.
20∼30대들이 주도하는 국내 PC통신 게시판에는 최근 현안으로 떠오른 정치, 사회문제들에 대한 의견들이 집중적으로 쏟아진다. 「탤런트 신은경 구속적부심 석방」을 계기로 사법부의 일관성없는 판결문제를 제기한다. 또 「대우의 톰슨 멀티미디어 인수 무산」으로 상처받은 한국의 국제적 자존심을 다루기도 한다.
『국회가 기한내에 해야할 일(예산안 처리)을 못했으니 세금 늦게 낸 국민이 과태료 내듯이 국회의원도 벌금을 내야한다』고 적극적 의견을 주장하는가 하면 제시된 의견에 소극적으로 찬성과 반대의사를 표시한다. 또 『한반도 장래에 유익하게 작용한 올해의 뉴스 1위는 얼마남지 않은 김영삼 대통령의 임기』라고 정치를 희화화하기도 한다.
사이버 공간은 「여소야대」다. 야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친야」는 아니더라도 대체적으로 「정부비판적」이다. 「사정거리 300㎞이상의 미사일을 개발하려는 한국의 계획을 미국이 좌절시킨 것은 한국정부의 저자세 외교때문이다」라는 의견부터 「김영삼 대통령의 잦은 외교순방은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목소리까지.
이런 정치적 관심과 정부비판적 성향은 지금까지 사이버 공간에 무신경했던 정치권의 관심을 불러들이고 있다. 신한국당은 지난달 인터넷과 PC통신분야를 전담할 「전산개발팀」을 신설키로 했다.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 등 야당은 더 적극적이다. 조합장이 PC통신에 자살일기를 공개하고 4일부터 단식해온 대전 대덕구 비래동 주공아파트 재건축비리 진상소위를 구성해 조사결과를 직접 게시판에 올리고 있다.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에서 20∼30대들이 상반된 정치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대 사회학과 장경섭 교수는 『PC통신상에서 의사표현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한국해양대 교양과정부의 김정하 교수는 『자신의 의견을 직접 개진할 수 있고 반응을 즉시 확인할 수 있는 PC통신의 쌍방향성』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반면 이화여대 사회학과 김동일 교수는 『가상공간에서의 아무리 활발한 정치적 의사표시도 현실공간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의미없는 「나불거림」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PC통신 글에서 자주 보이는 정치의 희화화도 정치적 무관심의 다른 표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박승룡 기자>박승룡>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