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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준비중인 페미니즘영화감독 이현승(여자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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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준비중인 페미니즘영화감독 이현승(여자의 남자)

입력
1996.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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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소외 파고들수록 어렵습니다”/‘상업주의와 결탁’ 비판엔 ‘현실논의수준 맞추느라’ 응답92년 첫작품 「그대안의 블루」로 페미니즘영화 논쟁을 일으켰던 이현승(35) 감독이 세번째 영화를 준비중이다. 요즘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사회와 가정에서 고립감을 느끼는 여자도둑과 주부를 주인공으로 해 여성의 소외를 본격적으로 그려볼 생각』이라고 한다.

사랑의 환상에 사로잡힌 여성이 일을 통해 자기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그대안의 블루」와 미혼모가 직장에서 겪는 편견과 불이익을 그린 95년작 「네온속에 노을지다」에 이어 역시 여자얘기다.

그는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 1학년때 우연히 YMCA에서 하는 여성학강좌를 들으면서 페미니즘의 세례를 받았다. 88년 「여성의 전화」 의뢰로 가정폭력을 소재로 한 영화 「굴레를 벗고서」를 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여성문제에 뛰어들었다. 『남자로 태어난 게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었어요. 대학교수부인에서 막노동꾼의 아내에 이르기까지 온갖 계층의 여성들이 맞고 살더군요』

지금도 서재에 「여성과 사회」 「세계여성사」 등 페미니즘이론서를 빼곡히 꽂아두고 있는 그는 『여성의 불평등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함께 공격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이론이 정연하다.

정작 자신의 영화가 「상업주의와 결탁한 페미니즘」으로 비판받는 데 대해서는 『지나치게 앞서가다가는 소수영화의 범주를 벗어나기 어려우므로 현실의 논의수준을 따라가느라 그렇다』라고 답한다.

그는 94년 「여성의 전화」 외곽단체로 생겨난 「평등사회를 위한 남성모임」의 창립회원이다. 유재건(국민회의) 의원, 배우 김명곤씨, 정유성(서강대 교육학과) 교수 등 20명으로 이루어진 이 모임은 지난 11월 종묘공원에서 열린 「가정폭력방지법제정을 위한 시민대회」에도 참석했다.

그런데도 그는 『남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여성이 겪는 불이익, 고통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오래전부터 여성운동에 관심을 가져왔고 영화의 방향도 이 방향으로 끌고 갈 계획이지만 갈수록 어려움을 느낍니다』며 「페미니스트」라는 평가를 받긴 이르다고 말한다.<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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