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눠주지도 않은 2학기 교과서를…우리 아이는 여행을 많이 한다. 봄에 태어났는데, 그해 여름에 보행기타고 서해바다 속에 서있었다.
조금 커서는 아버지하고 여행을 다녔다. 둘이서 이발소 가서 머리깎고 사우나 가서 땀내고 장난감이며 책들을 사러 여기저기 쏘다니다가 집으로 어두워질 무렵에 돌아오곤 했다.
방학만 되면 철저하게 집 떠나서 살았다. 그들은 크고 작은 섬들을 찾아가서 깊은 물 속에 들어가서 놀았다. 낯선 바닷가에서 태풍을 만났다.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도버해협을 건넜다. 알프스 산록의 작은 마을에서는 제 또래의 소년들과 만났다.
그들은 다른 기후, 다른 지형, 다른 문화속으로 겁없이 들어갔다.
그렇게 정신없이 돌아다니다가 방학이 끝나갈 무렵에, 개학 전날 쯤에 집으로 돌아온 어느 여름날. 숨돌릴 틈도 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간 아이가 금방 소리치면서 나온다.
『엄마, 내 책 어디있어? 내 교과서, 이학기 교과서 말이야!』 나는 아이의 교과서를 읽는 버릇이 있다.
『응? 교과서! 그걸 어디 뒀을까?』 한참 생각해도 기억이 멍할 뿐이다. 세식구가 집안 구석구석을 뒤지기 시작한다. 이학기 교과서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여름해는 어느덧 기울기 시작했는데, 식구들 마음은 급해지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교보! 교보로 가자!』 누가 먼저 문을 열고 뛰기 시작했는지 어떻게 자동차를 차고에서 꺼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식구는 입은 옷 그대로, 현관문이나 닫았는지 대문은 잠궜는지도 안중에 없었다. 어쨌든 세 식구를 태운 차는 허둥지둥 광화문을 향해, 교보책방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 다음날, 교과서를 한 짐 지고 학교 다녀온 아이가 집으로 들어서면서 말했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깜짝 놀랐어, 내 책보구. 교과서를 아직 안 나눠 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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