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갤러리,조선초기작 특별전… 예술의전당도 여말선초 서예전고려말부터 임진왜란까지 200여년에 이르는 조선전기는 중국문화를 우리민족의 정서로 걸러내 한국미의 원형을 일구어낸 시기이다. 조선전기 서화의 백미로는 안견이 남긴 「몽유도원도와 안평대군 이용(1418∼1453)의 글씨가 꼽힌다. 두 사람의 대표작과 이를 전후해 화려하게 꽃 피운 서예와 그림, 도자기 등 문화유산을 더듬어보는 조선초기작품전이 잇달아 열린다.
14일부터 내년 2월11일까지 호암갤러리(02-771-2381)에서 개최되는 「몽유도원도와 조선전기국보전」에서는 서화부터 불교미술, 도자기, 전적 등 17종 202점의 문화재를 선보인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일본 덴리(천리)대가 소장한 「몽유도원도」. 안평대군이 꿈 속에 노닐었다는 도원경을 담은 몽유도원도는 가로 106.6㎝, 세로 38.7㎝의 비단위에 수묵으로 그려져 있다. 안견이 사흘만에 속필로 완성한 이 작품은 평지의 조용하고 온화한 풍경과 기암절벽 같은 거대한 봉우리를 섬세하면서도 웅장한 필치로 묘사한 걸작중의 걸작이다. 안평대군의 발문 외에도 꿈 속의 등장인물인 박팽년 최항 신숙주 정인지 김종서 서거정 성삼문 등 당대의 대학자들의 찬양시가 자필로 적혀 있어 조선전기 문인들의 시, 그림, 글씨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또 현존하는 최고의 한국지도이며 당시 제작된 지도로는 동서양에서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비롯해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팔폭병풍 「소상팔경도」 「나전모란당초문상」 「감로탱」 등 7점이 어렵게 고국을 찾았다. 국내소장품으로는 개국원종공신록권(국보 69호)과 「청화백자매죽문호」 등 국보 14점이 자리를 빛낸다.
예술의전당 서예관(02-580-1511)은 23일부터 내년 1월26일까지 제16회 한국서예사 특별전으로 「고려말 조선초의 서예전」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우리나라 서예사에서 최고의 정제된 필력을 지닌 고려말 학자 이 암부터 중국의 조맹부체를 받아들여 독창적 필체로 일가를 이룬 안평대군에 이르기까지 76명의 묵적과 판본, 고문서등 119점을 선보인다. 또 고려말 충신 정몽주와 태조 이성계, 문종, 세조, 성종의 어필뿐 아니라 당대 최고의 문장가들의 작품이 포함돼있어 여말선초 서예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특히 신라의 김생, 고려의 탄연, 조선의 김정희와 함께 우리나라 명필로 꼽히는 안평대군의 석각탁본 등이 처음 공개된다.
18일과 22일 하오 2시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3층 국제회의실에서 「조선전기의 회화」(이성미 정신문화연구원 교수), 「조선전기의 도자기」(정양모 국립중앙박물관장), 97년 1월17일 하오 2시 예술의전당 서예관에서 「여말선초 서예의 특질」(최완수 간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등의 학술강연도 열린다.<최진환 기자>최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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