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골의 코처럼 우스운 프랑스인의 교만이 요즘 혼쭐이 나고 있다. 지난 5일 파리시내 한복판 지하철역에서 폭발물이 터져 2명이 즉사하고 70여명이 다친 대형 테러사건이 발생했다. 마침 퇴근길 시민이 붐비는 시간이어서 사건현장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파리 폭탄테러는 지난해만도 8건이나 있었다. 프랑스경찰은 그때마다 법석을 떨었지만 변변한 수사단서도 잡지 못한채 사건은 계속되고 있다.
프랑스 연쇄테러는 자업자득인 면도 없지 않다. 알제리에서 옛날의 식민종주국 행세를 계속하고 싶은 프랑스는 다수 회교도를 강권탄압하는 군사정부를 지지해 왔다. 이 때문에 알제리회교도에게는 군사정부도 타도의 대상이지만, 가슴속 깊은 곳에는 프랑스인에 대한 증오가 더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이념에 의한 동서 대결구도가 와해된 후 지구촌에는 새로운 폭력이 만연하고 있다. 민족분쟁과 테러가 그것이다. 국경을 초월해 세계 도처에서 이틀이 멀다하고 발생하는 테러는 특히 불특정 다수의 시민이 그 대상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위협적이다.
남의 일이라고만 할 수 없는 것이, 파리 지하철 폭탄테러 같은 사건이 서울도심에서 발생했다고 한번 가정해 보면 누구나 금방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달의 수비크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담장에서 발견된 폭발물을 필리핀 수사당국은 「연습용」이었다고 해명했지만, 회의기간에 북한인 2명이 제3국인으로 위장 잠입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이 회의에 수십명의 기업인과 함께 참석했다.
10일은 노벨이 죽은지 꼭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노벨상 제정은 그의 유언이었지만, 테러범들이 「애용」하는 폭약을 팔아 번 돈으로 만든 상에 「평화상」이란 이름은 가당치 않다. 그나마 이 더러운 상을 못 타 안달인 정치인이 한둘이 아니니 무덤 속의 노벨이 박장대소할 일이다.<논설위원실에서>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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