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철학의 이단아’ 라이히『여기 있는 라이히 박사는 극렬하고 열정적으로, 모든 노이로제의 처방을 생식기의 오르가슴에서 찾으려 합니다』 지나치게 성에 집착한다는 비판을 익히 들어온 프로이드가, 라이히를 비꼰 말이다. 정신과 의사이자 철학자인 빌헬름 라이히(1897∼1957)의 일대기와 주요 저술을 엮은 「문화적 투쟁으로서의 성」은 「이단아」 라이히의 면모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당대의 보수론자와 공산주의자들은 적어도 「반라이히」전선에 있어서만큼은 동지였다. 프로이드와 독일 공산당, 노르웨이 실험교육의 주창자 알렉산더 닐과의 친분으로 다양한 지적 지평을 경험한 라이히는 정신분열증 환자들에 대한 임상연구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옥죄는 것은 바로 경직된 성윤리』라는 결론에 이른다.
일부일처제가 인간의 다양한 욕구를 좌절시키며, 역사는 인간이 한 배우자에 만족하고 살 수는 없는 동물임을 증명했다는 데는 대부분이 동조하는 바. 그러나 라이히는 그가 설정한 이상향 「오르곤」에 다다르기 위한 오르곤 축적기 실험 등 일련의 정신병적 실험들로 세상으로부터 고립되고 말았다. 그의 실험을 받아들이기에는 세상이 좀 덜 미쳐 있었던 것이다. 박설호 편역. 솔간 9,000원.<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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