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음악여정은 ‘진정한 나눔’을 향한 중단없는 길피아니스트 백건우(51)씨의 음악 여정은 궁극적으로는 「진정한 나눔」을 향한 중단없는 길이다. 「나눔」의 순간을 위해, 5일 파리에서 날아 온 그를 입국길에 만났다. 먼 여행길, 다소 초췌한 표정. 그러나 음악을 이야기할 때, 눈은 반짝인다.
9, 10일 하오 7시30분 예술의 전당에서 오슬로 필하모닉과의 콘서트. 북유럽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답게, 북구의 정갈한 아름다움이 짙게 풍기는 피아노 협주곡들을 선보인다. 그리그와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협주곡들이다.
지난 9월 내한, 메시앙의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을 명동성당서 연주했을 때 이뤘던 나눔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본토에서도 난곡 중의 난곡으로 대접받는 이름값, 더우기 국내에서는 초연작이라는 사실에 어깨가 뻣뻣이 굳는 듯했다.
가장 훌륭한 피아노 곡이라고 믿는, 그러나 너무나 어려운 곡. 그날 고국 관객들이 자신의 연주에 몰입했고, 그 사실은 그를 마침내 감동시켰다. 나눔의 법열이다. 『수십년 해 온 음악회 중 가장 가슴 깊이 간직하고픈 음악회』라고 꼽는다. 예전 같으면 고전, 낭만 아니면 현대작품 하는 식으로 특정 음악에만 몰두했다. 이제는 그런 식으로 구획짓고 싶지 않다. 『지금 나는 전체적으로 봐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그는 말한다.
『자신을 이해하는 것만큼 힘든 작업은 없다』 클래식 음악이 남한테 보이기 위한 수단으로 돼 가는 현실에서, 그는 「내면의 솔직한 응시」를 최선으로 든다.
그는 어느 누구보다도 똑똑히 보아왔다. 고국의 콩쿠르 만능주의, 화려한 기교를 장광설로 늘어 놓는 곡이 선호되는 현실을.
17살때 뉴욕으로 건너 갔다. 한국이 여러모로 약소국이던 시절, 맨손 하나로 세계 음악 시장의 중심에 뛰어든 것. 머잖아 슬럼프에 빠졌다. 사무치는 고독 속에서, 그는 비로소 음악과 진정으로 해후했다.
지금까지 모두 15종의 음반을 남긴 그, 요즘 들어서는 유럽과 미국 등지서의 취입 제의가 더욱 줄을 잇고 있다. 앞으로는 레코딩에 주력할 생각이다.
이번 연주 바로 뒤인 12일, 파리에서의 콘서트가 또 기다리고 있다. 당분간 고국은 음반으로 그를 만나야 할 모양이다.<장병욱 기자>장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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