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제화장갑·니트·롱부츠 매출 급증/보험가입 늘고 보험금 지급은 감소유난히 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올 겨울 날씨에 민감한 의류·제화업체들이 재미를 보고 보험업계가 보험금지급은 줄고 가입자는 늘어나는 「겨울효과」를 누리고 있다.
서울 기온이 영하 4도까지 뚝 떨어진 8일. 세일 마지막날인 시내 백화점에서는 머플러 장갑 등 겨울용 보온소품, 겨울용 부츠 매출이 10∼30% 뛰어올랐다. 그만큼 날씨에 따라 매출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뜻이다. 올 겨울이 춥고 눈이 많다는 일기예보에 따라 공급물량을 조절해 「겨울마케팅」채비를 갖춘 의류·제화업체들은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자 즐거운 비명을 올리고 있다. 신원 에벤에셀은 올해 니트웨어 생산물량을 지난해에 비해 30%가량 늘리고 아이템도 다양화했다. 가볍고 보온성이 뛰어난 니트웨어는 겨울에 온도가 떨어질수록 잘 나가는 품목. 신원은 인조모피 머플러나 소매 등 보온용 패션소품도 추운 날씨와 맞아떨어져 매출이 예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산 등 다른 패션업체도 니트제품과 보온용 소품의 물량을 늘렸다.
제화업체들은 올 겨울 유난히 눈이 많이 올 것이라는 예보에 설레고 있다. 금강제화는 올 겨울 부츠 공급물량을 전년에 비해 50∼80% 가량 늘렸다. 날씨가 춥고 눈이 많이오면 발목 위까지 올라오는 롱부츠 판매도 늘기 마련. 제화업체는 계절마다 구두를 바꾸는 멋쟁이가 늘어 부츠 매출이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데다 올 겨울에 눈이 많을 것이라는 「희소식」까지 겹쳐 특수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기가 건조해 정전기가 많이 발생하는 겨울철에 맞춰 엘칸토는 정전기 방지구두를 내놓고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엘칸토는 정전기를 중화, 방전시키는 신소재 「선더론」를 구두창에 사용한 마이다스 브랜드가 겨울철에 매출 신장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통적 겨울업종인 난로 모피 연탄 등 제조업말고도 차가운 날씨를 반기는 업종이 있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추운 날씨때문에 사고가 빈발, 보험금 지급액이 늘어 밑지는 장사를 할 것 같은 생명보험이나 자동차보험 회사들이다. 이들 회사들은 정확한 이유를 모른채 겨울만 되면 수익성이 좋아지는 이른바 「겨울효과(Winter Effect)」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120만대의 차량이 자동차종합보험에 등록한 동부화재의 경우 보험지급액과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자동차사고율」이 12월만 되면 갑자기 30%이상 떨어진다. 동부화재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간의 사고율이 평균 3.4%였는데 12월에 접어들자 갑자기 2.5%로 0.9% 하락하는 등 매년 비슷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보험사도 왜 「겨울효과」가 발생하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동부화재 김문기 홍보팀장은 『눈이 얼어붙어 도로사정이 최악인데도 겨울철에 사고율이 낮아지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다만 추운 날씨탓에 거리를 오가는 차량대수가 절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인 것 같다』고 추측했다.
겨울효과는 생명보험도 마찬가지다. 생명보험의 겨울효과는 보험에 새로 가입하려는 사람들이 연말에 급격히 늘어나면서 비롯된다. 교보생명의 보험통계에 따르면 95년의 경우 9월과 10월의 신규 가입보험료는 각각 114억원과 116억원이었는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과 12월에는 146억원과 167억원으로 40억원이상 늘었다. 이같은 현상은 올해도 마찬가지로 올들어 9월까지 평균 150억원이던 신규 가입보험금이 11월에는 28억원이 증가한 17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겨울효과의 정확한 원인을 모르기는 생명보험회사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추워진 날씨가 사람의 생존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이라는 주장과 「연말에 한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각오로 새해를 맞이하려는 이성적인 판단때문」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누구도 확실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조철환·김경화 기자>조철환·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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