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는 머리카락을 가진 그의 천사같은 얼굴에는 번갯불이 번쩍이는 듯한 날카로운 눈이 있다』36세의 나이로 요절한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1884-1920)는 파리하면서도 귀족적인 면모와 정서불안적 특질 때문에 파리 미술인들 사이에서도 독특한 존재였다.
그는 당시 미술계의 조류였던 피카소의 「청기사」파나 「살롱 도톤느」의 세잔 대회고전 등 미술사의 획을 긋는 실험적 조류들에도 상당한 관심을 기울였는데 그의 작품 속에 인상파와 입체파적 특징의 면모가 공존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초기 모딜리아니는 조각, 특히 흑인 조각에 관심을 보이면서 선과 볼륨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조각에서 회화로 장르를 옮겨간 후에도 주변의 공간으로부터 튀어 나오는 볼륨감을 강조하는 입체파적인 그의 선의 맛은 그대로 살아남게 된다.
오만한 여류시인 베아트리스 헤스팅과의 2년간의 동거, 그리고 마약과 술로 이어지는 모딜리아니의 청춘. 그는 이때 『순간마다 보이는 색채의 환희에 놀랐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가 남긴 약 35점의 나체화에서도 색채는 그 빛을 발하고 있다.
물론 그 역시 당대의 다른 화가들처럼 누드화 때문에 봉변을 당했다. 1917년 파리의 베르트바일 화랑전에 출품한 「앉아있는 나부」는 여인의 나상을 정면으로 묘사한데다 음모를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해서 경찰로 부터 철거명령을 받기도 했다.
「누워있는 나부」(1917년)는 「옆으로 누운 나부」 「서 있는 나부」 「흰 쿠션에 누운 나부」 등 일련의 나부 시리즈 중 가장 안정감 있는 구도와 인상적 색채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모딜리아니의 나부는 에로티시즘적 대상으로서의 존재가 아니라 현실의 여인과 작가 자신의 머리속에서 재창조된 나부들이 조합된 이미지이다. 특히 비현실적인 눈매, 한색과 난색의 경계를 오가는 애매한 배경색 등은 이러한 비현실성을 더욱 강조한다.
특히 「누워있는 나부」는 마네의 「올랭피아」를 연상시키는 전형적인 누운 나체상임에도, 섬세하며 약한 선으로 이루어진 화면이 에로티시즘적 상상력을 방해하고 있다. 풍부한 볼륨감에의 집중 대신 지나치게 길게 표현된 여인의 허리부분과 짧고 굵은 팔이 주는 불균형, 배경과 인물과의 이질적 공간감들은 나체상의 비현실적 부분을 한결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벗고 있으나, 정작 실체에 대한 궁금증은 더 커진다.
세로 60㎝, 가로 100㎝이며, 일본 개인 소장가 소유.<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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