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랑의 매’와 참교육(문화칼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랑의 매’와 참교육(문화칼럼)

입력
1996.12.09 00:00
0 0

학교에서 체벌을 금지하는 교육개혁안을 두고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체벌의 정당성은 「사랑의 매」라는 좋은 말로 이야기된다. 사랑과 매라는 두가지 모순을 합쳐서 하나의 절제된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인격적 수련없이는 할 수 없다. 오늘의 교육 여건 속에서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사랑의 매는 최선의 경우 물리적 제재수단, 최악의 경우는 폭력의 어떤 형태를 말하는 것이다. 좋은 일도 뒷받침하는 여건이 있어야 한다. 물론 여건의 문제는 체벌 금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이 교육 현장의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원칙에 있어서 체벌 허용보다는 금지가 더 높은 원칙임은 틀림없다. 상벌의 조절을 통해 조건반응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나 교육의 이념은 저절로 원칙에 승복하는 마음을 기르는 것이다. 스스로 도리에 따라 움직이게 되는 마음이 어떻게 형성될 수 있는가. 쉬운 답이 있을 수 없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마음의 자유가 필수적인 계기의 하나라는 점이다. 스스로, 그러니까 강압의 위협없이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참다운 교육의 기본이다.

여기에는 교육의 목표와 방법이 아니라 더 중요한 원칙이 관계되어 있다. 사람들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말한다. 이것은 낱낱의 사람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제도의 특징을 말하는 것이다. 이 존엄성의 인정은 사람의 몸을 함부로 다치지 않는데서 시작하지만, 그 철학적 근본은 사람의 마음을 함부로 다치지 않는데 있다. 우리 사회에서 신체적 폭력의 거부가 전적으로 수용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마음에 가해지는 위협, 강제, 강압, 조종의 휼계 등에 대한 비판적 의식은 더욱 희박하다. 손쉬운 예로 재판과정에서 「개전의 정」운운하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것은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서 거짓일 가능성이 있는 말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법원에서 비행청소년 부모에게 특별교육을 시키는 방안을 연구중이라고 한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에서 옳은 일일까. 모든 일의 기초가 자유로운 의사에 있음을 받아들이는 사회라면, 부모에게 책임을 묻기전에 전문가와의 상담을 권유하고 그 비용을 제공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옳다.

교육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것이다. 여기에는 오용과 남용이 있을 수 있다. 교육 만능의 사상도 옳은 것만은 아니다. 사람의 마음을 이리저리 쉽게 주무를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기발한 교육 이념들이 사회에 범람한다.

깊은 교육은 스스로의 한계를 인식하고, 제한하는 것이다. 교육은 스스로 배워서 이루어진다. 문제는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어떻게 갖도록 하는가에 있다. 이것은 단순히 방법상의 문제가 아니고 인간 심성의 자율성에 대한 믿음, 인간의 존엄성과 민주주의에 관한 문제이다. 체벌, 또는 교육이나 학교의 개혁, 재판에서 말하는 개전의 정이나 부모의무교육안 등도 이러한 관계 속에서 생각하는 것이 마땅하다.<김우창 고려대 교수·문학평론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