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효과·입지 등 ‘만항지구’ 최적불구/주변 사찰 반대로 대상지 선정 난항/내달 결정… 태백시도 내심 유치 기대강원도 폐광지역 관광단지의 꽃은 역시 내국인 출입이 국내 최초로 허용되는 카지노다. 카지노의 관광객 흡인력과 수익성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지역 주민들에게는 카지노 유치가 초미의 관심사가 돼 있으며 자연스럽게 이를 둘러 싼 지역간 이해대립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카지노가 들어설 후보지로는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산 214 함백산일대 만항지구 ▲정선군 고한읍 고한14리 일대 고토일리조트 ▲정선군 사북읍 사북리 지장산리조트 ▲태백시 황지동 일대 서학레저단지 등 4곳이 거론되고 있다.
폐광지역 개발지원 특별법은 카지노 허가 대상지역을 「폐광지역중 경제사정이 특히 열악한 곳 한군데」로 하고 있어 경제적으로 열악한 정선군 고한·사북이 우선 유리하다. 특별법은 또 카지노 입지로 「주거지역과 격리된 고원지대, 치안유지가 쉬운 지역, 접근이 용이하고 대규모 시설 설치가 가능한 지역」으로 규정하고 인근 폐광지역에 미칠 경제적 파급효과도 고려토록 했다.
이같은 요건에 가장 잘 들어맞는 곳이 태백 영월 정선 등 3개 시·군이 만나는 만항지구이다. 이곳이 폐광지역 관광지 개발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지라는 점에 대해서는 태백 삼척 영월 정선 등 4개시·군의 주민들 사이에 별다른 이견이 없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레저단지 개발에 필요한 66만여평의 부지 가운데 약 90%가 월정사의 말사인 정암사땅이다. 함백산 초입에 있는 정암사 위쪽에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레저단지가 들어서는데 대해 정암사와 본사인 월정사가 극력 반대하고 있다.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있는 사찰 뒤에 카지노와 스키장 골프장 같은 유흥시설이 들어서도록 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 워낙 단호해 만항지구 개발사업 자체가 유보됐다.
그 결과 고토일 리조트와 지장산리조트로 「제2의 후보지」가 압축되면서 서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주민들의 유치 경쟁도 치열해 졌다. 고한과 사북의 중간지점인 정선군 고한읍 고한14리 일대 147만평 에 들어설 고토일리조트의 경우 국·공유지가 70%여서 토지보상 절차를 밟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이 거론되나 고원지대가 아니다. 지장산리조트는 대표적 폐광지역인 사북에 경제적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지리적 위치로 보아 고토일이나 지장산지역에 카지노가 들어설 때 경제적 파급효과가 인근 태백 영월 등지로 미칠 수 있을 지 여부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사업주체인 강원도나 폐광지역 개발 주무부처인 통상산업부는 관광지개발 효과가 고루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암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만항지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속단할 수는 없지만 정암사측과 주민들이 만항지구 개발에 합의한다면 카지노는 만항지구에 들어 설 가능성이 크다. 강원도도 이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반면에 사북읍 주민주식회사인 「정선그린랜드」측은 『사찰의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카지노를 만항지구에 세우느니 사북과 고한의 중간지점인 고토일 지역에 설치해야 한다』며 『고한·사북 주민의 힘으로 특별법을 끌어 낸 만큼 당연한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카지노 위치선정이 지연되면서 뒤늦게 태백시 쪽에서도 조심스럽게 유치희망을 내보이고 있다. 내국인 관광객 유치를 가능케 한 특별법이 고한·사북 주민들의 「전리품」이란 점에서 태백시쪽이 내놓고 유치 주장을 펴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태백산 일대도 카지노가 들어서기에 알맞은 곳』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초 한 여론조사기관이 태백과 정선 지역 주민 600여명을 대상으로 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카지노 최적 후보지로는 만항지구 23.7%, 사북 19.0%, 고한 17.7 % 등의 분분한 의견이 나타났다.
결국 최종적인 결정은 「카지노 위치 선정 및 운영을 위한 조사용역」 결과가 나오는 내년 1월에나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때쯤이면 그동안 특별법을 따내기 위해 똘똘 뭉쳤다가 조금씩 틈이 벌어진 고한·사북 주민들 사이에 첨예한 이해 다툼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것은 「폐광지역 개발을 위한 도 출장소」문제를 두고 빚어진 지역간 대립의 예에서 이미 확인됐다. 지난달 강원도가 출장소를 태백시에 설치하려고 하자 정선군 의회가 들고 일어났다. 정선군 의회는 『고한·사북지역 등 정선군민이 특별법을 따낸 주역이었다』며 출장소를 정선군에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개발 혜택이 자칫 태백쪽으로 기울 것을 우려한 때문이었다.
◎‘지역경제도 살리고 환경도 살리는 개발을’/관광개발따른 수질·대기오염 등 부작용 최소화 숙제
태백 정선 고한 영월 등 폐광지역의 개울과 계곡에는 황토빛·회색빛 물이 흐르는 개울과 계곡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폐광에서 흘러 나온 폐수이다.
애초에 관광레저단지 개발계획은 지역경제의 회생이 주목적이었지만 오염원인 폐광지역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취지도 담고 있었다. 그러나 강원도 면적의 2.5%인 437㎢의 넓은 지역에 호텔 스키장 골프장 콘도 등이 들어서면 자연환경 훼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일찌감치 제기돼 왔다. 워낙 대규모 개발인데다 석탄이나 중석을 캐내던 폐광에 개발대상이 한정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경실련」 「자연의 친구들」 「배달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이 폐광지역개발지원 특별법 제정에 반대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환경단체의 이같은 입장은 주민 생존권 문제와 맞부닥쳤다. 지역주민과 맞서는 것은 정부정책을 바꾸는 것보다도 어려웠다. 주민들의 태세가 워낙 결사적이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지역실정을 모르는 소리』라고 비난하며 「힘에는 힘으로」 환경단체에 대응했다.
한편으로는 각 환경단체 실무자를 초청, 현지실정을 보여 주며 설득하는 작전도 폈다. 또 지역주민들은 주민 참여하에 환경친화적 개발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환경단체들은 폐광지역 개발이 불가피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한발짝 물러섰다. 그러나 「환경친화적 개발」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개발로 폐광의 광해는 막을 수 있겠지만 수질·대기 오염과 소음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토사 유출과 자연식생 및 동물 서식처 감소도 불가피하다.
문제는 어떻게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는 개발을 할 것이냐로 귀착된다. 주민들이 약속을 지켜 환경감시자 역할을 충실히 하고 환경단체들이 무분별한 개발을 감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경실련 환경센터 사무국장 서왕진(32)씨는 『개발이 본격화하면 개발권역의 생태계 조사 등을 통해 무분별한 개발은 막아낼 것』이라고 다짐했다.<이진동 기자>이진동>
◎주민주식회사 ‘개발 주체로’/스키장·온천사업 등 직접 참여… 취약한 자본력 문제
폐광지역 개발계획이 기존의 개발모델과 뚜렷이 다른 것은 지역주민들이 중요한 사업주체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지역주민들은 주민주식회사를 비롯, 번영회 협동조합 등 다양한 형태로 개발에 참여해 정부기관·민간기업과 함께 지역개발의 3각대를 이루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주민주식회사. 이는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기업형태로 지방 자본가의 향토기업은 국내에도 있었지만 주민들이 공동참여하는 기업형태는 처음이다.
94년 3월 태백시의 「태백고원관광레저개발 시민주식회사(약칭 태백하이랜드)」를 시작으로 정선군 사북읍과 고한읍에 속속 주민주식회사가 설립됐다. 태백하이랜드는 발기인 648명, 출자액 2억원의 「꼬마기업」으로 출범했지만 지금은 주주 2,100여명에 자본금 14억원으로 규모가 커졌다. 이 회사는 백병산 일대 80여만평에 독자적으로 470억원을 들여 슬로프 8면과 리프트 4개라인 규모의 스키장을 포함한 종합레저타운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정선군 사북읍과 고한읍에서도 94년 7, 8월 잇달아 주민주식회사인 「정선그린랜드」와 「고한지역개발 주민주식회사」가 설립됐다. 두회사는 각각 주주 250여명, 자본금 2억원 규모여서 태백하이랜드와는 달리 대기업 등과의 공동출자를 구상하고 있다. 정선그린랜드는 지장산 249만평 땅에 832억원을 들여 스키리조트를 개발할 계획이며 고한지역개발 주민주식회사는 500억원을 투입, 박심레포츠단지 개발에 참여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들의 앞길에는 아직도 난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취약한 자금동원력이 큰 문제이다. 사정이 비교적 나은 태백하이랜드는 자본금을 50억원으로 증자할 계획이지만 사북과 고한의 주민주식회사는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규모 외부자본의 유입을 막기 어려운 것도 문제점이다. 개발이 본격화하면 외부자본이 마구 흘러 들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태백하이랜드의 경우 외부자본 상한선을 1인당 1,000만원으로 정하고 있다. 그래도 주민들의 표정은 결코 어둡지 않다. 단결된 힘으로 특별법을 만들어 냈다는 자신감이 무엇보다 값진 자산이기 때문이다.<이상연 기자>이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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