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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쏘기와 음악/송혜진 국립국악원 학예연구관(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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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쏘기와 음악/송혜진 국립국악원 학예연구관(1000자 춘추)

입력
1996.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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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눈 내린 산길을 걷는데 숲속 한편에서 「탁-」하는 소리가 연이어 나고 잔잔한 환호와 박수소리도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소리나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더니, 그 곳은 뜻밖에도 활터였다.초로의 어른들 10여명이 70∼80m는 좋이 될듯한 앞산 구릉의 과녁을 향해 활 시위를 당기는데, 활을 떠난 시위는 나무 등걸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숨을 머금고 짧은 한 순간을 기다리노라면 「탁-」하는 소리가 기분좋게 들려오곤 했다.

소리에 민감한 나는 활을 만져보지도 않은 채 『아, 이 맛에 활을 쏘는 모양이다』싶어 덩달아 기분이 좋았고, 한편으로는 활을 명중시킨 뒤의 싱거운 환호소리 대신 어여쁜 기생들의 「지화자」소리가 겨울 산자락을 흥겹게 물들였을 옛 사람들의 생활 풍류가 생각나 아쉬운 맘도 들었다.

활쏘는 자리에서는 「지화자」소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임금이 성균관에 나가 직접 활을 쏘거나 문무백관이 편을 갈라 활쏘기 대회를 할 때에는 반드시 궁중음악연주단을 대동하여 활터에 화기로움이 넘치도록 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조선 성종때 명신이며 학자였던 성현은 「용재총화」에 「사람들이 활쏘기를 빙자하여 풍악 즐기는 정도가 심하다」고 기록할 정도였으니 활과 음악이 「바늘과 실」의 관계처럼 가까웠음을 알 수 있다.

또 조선시대의 어떤 이는 <다만 한간 초당에 전통을 걸고 책상 놓고 나 앉고 님 앉으니 거문고란 어디둘꼬 두어라 강산풍월이니 한데 둔들 어떠리> 라는 시조도 지었다. 비록 가난하지만 「글과 음악과 활쏘기」를 두루 갖추고 사는 모습이 정말 멋져 보이지 않는가.

활 쏘는 자리에서의 음악은 무구를 다루면서 행여 강팍해졌을 지도 모를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융화제였을 것이다. 한겨울 추위를 가르며 날아가 경쾌하게 꽂히는 활 소리를 들으며 활과 음악의 조화, 그리고 그 조화로움을 즐기는 생활의 멋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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