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연말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미국의 연말은 11월의 마지막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연휴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연휴가 끝나자마자 록펠러 센터 광장에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점등되면서 뉴욕의 연말무드는 한껏 고조되고, 여느 도시의 그것보다 훨씬 농밀해진다.들뜨는 연말에는 소비가 넘쳐나기 마련이다. 연말경기가 시작되는게 추수감사절이고 이때의 소비행태는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그해 막바지경기의 가장 중요한 척도로 여겨진다.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금요일을 미국에서는 「검은 금요일(블랙 프라이데이)」이라고 부른다. 쇼핑객들의 아낌없는 씀씀이로 기업이나 백화점들의 수지가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는데서 비롯된 별칭이다. 이번 검은 금요일에 집계된 올 추수감사절 소비는 지난해 보다 11%나 늘었다. 사상최고의 경기라고들 한다.
세계경제의 중심도시 뉴욕에는 항상 돈이 넘쳐나는 느낌이다. 마천루 숲 속에는 내로라하는 전세계 일류기업들의 본부가 곳곳에 박혀있다.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일찌감치 불을 밝힌 연말의 맨해튼은 그 전체가 성시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질 수 있는, 없는 것이 없는 도시가 바로 뉴욕이다. 그러나 뉴욕이 가진 것 중의 또다른 한가지는 극심한 빈부격차라 할 수 있다. 850여만명의 뉴욕시인구 중 약 100만명이 당국의 사회복지금으로 생활하고, 식비보조가 직접적으로 필요한 사람들도 130만명 정도 된다. 그런가하면 무료의료혜택 대상이 150여만명이고 5,500세대가 거처가 없어 복지기관의 수용시설에서 산다. 뉴욕시민의 5분의 1은 연방정부 기준의 최저생활수준을 밑돌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해마다 연말이면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을 한다. 세계 최고권위지라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뉴욕의 지방신문이기도 한 뉴욕타임스의 불우이웃돕기 캠페인은 정확하게 추수감사절 바로 다음날부터 시작된다. 이듬해 2월말까지 불우한 극빈사례를 생생하게 소개하는 기사를 매일 게재, 시민들의 기부를 호소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 신문의 연말캠페인은 올해로 85년째다. 첫해 117명이 3,630달러를 기부했던 이 캠페인은 91년 1만5,000명으로부터 총 508만3,520달러를 모금,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1만2,927명이 참여한 지난해 모금액은 481만5,609달러. 두번째 기록이었다.
겉으로 보기에 뉴욕은 최고와 최저의 양극이 희한하게 공존하는, 어찌보면 혼란스럽기도 한 대도시다. 그러나 이 도시에는 가진 이들의 휴머니즘이 살아 관통하고 있다. 갖가지 기부금들이 수많은 민간 사회단체 활동을 열심히 뒷받침한다.
연말에나, 그것도 잠깐만의 「반짝인심」이 개탄스러운 우리의 실정과는 판이한 것이 이 사회의 덕목이다. 언젠가부터 그래 왔듯이, 「한국적 부패구조의 기형아」인 과소비는 한국의 연말을 들뜨게 할 것으로 생각된다. 서울과 뉴욕의 불우이웃들에게 향해지는 연말온정이 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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