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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주주 대반란 한화종금 경영권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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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주주 대반란 한화종금 경영권 분쟁

입력
1996.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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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송씨 등 지분매집 40% 확보/임시주총 소집·직무정지 가처분소/한화선 “50%지분 확보” 법적대응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종합금융이 제2 대주주인 박의송 우풍상호신용금고 회장 등 일반주주들의 집중적인 지분매집으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게 됐다. 일반주주들이 중소기업도 아닌 재벌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적대적인 기업인수(M&A)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회장측은 6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화그룹으로부터 한화종금의 경영권을 넘겨받아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겨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박회장측은 이날 증권감독원에 박회장의 주식취득사실을 신고하는 한편 서울지법에 한화종금 임시주주총회 소집신청서를 내고 회계장부 열람 및 이사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소송도 제기했다.

골든힐브라더스사의 한세구 사장은 박회장의 대리인자격으로 증권거래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박회장이 평소 친분이 있던 이학 신극동제분 회장 등과 함께 한화종금 주식을 집중 매집, 현재 40%이상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 4일 박회장이 한화종금 주식 30만3,060주를 장외에서 매입, 지분이 6.4%에서 10%로 늘어났다』며 『이밖에도 이회장 및 신극동제분 등 관계사가 19%, 기타 우호적 주주가 11∼12%를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사장은 『현재의 경영진이 한화종금 소유 부동산을 시가의 절반가격으로 계열사에 넘기는 등 방만한 경영을 일삼아 회사가 부실화위기에 처했으며 일반주주의 권한도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며 지분매집의 배경을 밝혔다.

한화그룹은 이에 대해 『김승연 그룹회장 지분 3.35%를 포함, 18.94%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우호적 주주가 많아 사실상 50%이상의 지분을 확보한것과 다름없다』며 법적 대응방침을 밝혔다.

한편 한사장은 『한화그룹이 임직원명의로 한화종금 지분을 소유하는 등 실명제를 위반한 혐의를 포착, 증권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키로 했다』고 밝혔다.<남대희 기자>

◎주식매집 낌새챘지만/한화 정보분석엔 실패

증권가에서는 한화그룹이 박의송 회장의 주식매집 낌새를 사전에 알고는 있었지만 경영권인수추진으로 이어지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그룹이 충분한 자료는 수집해놓고도 정확한 정보분석에는 실패했다는 것.

실제로 박회장측의 경영권확보를 위한 한화종금주식매집은 6월부터 시작됐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내에 별도의 증권회사를 갖고 있는 한화그룹측이 이같은 추세를 몰랐을리는 없으므로 결국 자료를 정보로 가공하는 그룹핵심부의 정보분석부문이 방심으로 형세를 잘못 판단한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한편 증권가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화그룹의 정보력 부재보다는 박회장측의 은밀한 작전과 침체된 증권시장때문으로 보기도 한다.<조철환 기자>

◎재벌 소수주주 권리 외면땐 ‘심판’ 첫 사례/법원판결까지 장내외 지분매집전 치열 전망

박의송 회장 등 일반주주가 한화종금 주식을 집중매집한 것은 일반주주가 재벌을 상대로 적대적 M&A에 본격 나섰다는 점에서 재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동안 재벌그룹이 중소기업을 인수·합병하는 사례는 종종 있었으나 일반주주들이 힘을 모아 재벌을 상대로 「쿠데타」를 일으킨 것은 국내에서 처음있는 대사건이다.

이번 사건은 재벌그룹도 더이상 M&A의 안전지대일 수 없으며, 방만한 경영을 하거나 소수주주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을 경우 주주의 심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어 향후 기업경영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경과◁

박회장은 82년 한화종금(전 삼희투자금융) 설립당시 경영참여를 조건으로 25%의 지분을 출자, 최대주주가 됐으나 한화가 유무상증자를 통해 지분을 늘리는 바람에 2대주주로 밀려났다. 이에따라 박회장은 작년 5월 한화종금 주가가 1만4,000원일때 자신의 지분(6.4%)을 창업 프리미엄을 붙여 사줄 것을 그룹측에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5월에는 그룹측이 한화종금 부동산을 계열사인 태평개발에 시가의 절반(348억원)에 매각,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했다는게 박회장의 주장이다.

박회장은 6월 한화종금이 제3자 배정방식(기존주주를 배제한채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외국금융사와 합작을 시도하면서 주식가격을 시가보다 훨씬 낮은 7,000원으로 책정하자 소송을 통해 이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쟁점◁

승부는 양측의 지분에 달려있다. 현재 박회장측은 40∼41%를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화그룹측도 김승연 회장 3.35%, 태평개발 6.83%, 한화증권 4.73%, 한화기계 2.87%, 강우식(특수관계인) 1.16% 등과 우호주주를 포함할 경우 50%이상 지분확보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박회장과 「백기사」인 이학 신극동제분 회장은 현금동원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40%이상 지분확보에는 무리가 없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박의송 회장◁

박회장은 70년대 증시를 주름잡았던 백할머니(본명 백희엽, 지난해 5월 사망)의 장남. 75년 삼보증권 상무로 취임해 10년간 재직하면서 삼희투금 및 우풍상호신용금고를 설립했다. 박회장은 현재 로얄개발 우풍통신 골든힐브라더스 등 6개 기업체의 지분을 갖고 있다.

박회장을 지원하는 「백기사」격인 이학 신극동제분 회장은 용인대이사장직을 겸임하고 있으며 신극동제분 외에도 서라벌관광호텔 우학물산 등을 거느리고 있다.

▷향후전망◁

박회장측은 한화측이 지분방어에 나설 경우 추가로 주식을 매집,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이학 회장도 조만간 자신 및 관계사의 지분을 공식 밝혀 한화종금 경영권 인수를 적극 밀어붙인다는 방침이다.

한화측도 법적 대응과 함께 우호주주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법원 판결이 이뤄지려면 최소한 1개월이상이 소요될 전망이어서 향후 장내외시장을 통한 치열한 지분매집전이 전개될 전망이다.

▷재계반응◁

재계는 『재벌이 일반주주들에게 당했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계는 앞으로 재벌도 적대적 M&A의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판단, 계열사의 주식지분 현황을 다시 파악하는 한편 한화종금과의 거래관계를 점검해보는 등 「단속」에 나섰다.

▷한화종금 어떤 회사◁

소수주주의 연합반란으로 경영권분쟁에 휘말린 한화종합금융은 서울에 본점을 둔 14개 종금사중 자본금(412억원)과 영업실적(지난해 52억원의 영업적자) 모두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한화종금은 7월 투금사의 종금업종 전환을 허용한 정부방침에 따라 삼희투자금융에서 한화종금으로 이름과 업종을 바꿨지만 주가하락과 업종전환에 따른 수익률 하락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한화종금의 6월 현재 매출규모는 95년보다 8.3%가 줄어든 2,730억원. 당기순이익면에서는 소공동 본사건물 처분으로 생긴 85억6,000만원의 특별이익으로 간신히 적자를 면한 상태다.

그러나 한화종금은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모그룹인 한화그룹의 돈주머니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남대희·조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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