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에 대한 인색한 투자서울 예술의전당이 기획해서 지난 8월 열 번의 성공적인 공연을 했던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 10월과 11월에 다시 아홉 개 지방도시에서 열 번의 순회공연을 끝냈다. 공연장마다 그곳 관계자 여러분들이 매표와 진행을 적극 도와줘 한 곳만 빼고는 전 공연이 매진되는 성공을 거뒀다. 출연한 당사자들은 조금 더 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으레 갖는 것이지만 관객의 반응은 참으로 뜨거웠다. 그동안 단 한번도 오페라가 공연된 적이 없었던 도시가 아홉개 도시 중 여섯 곳이나 됐다. 그런데도 꼬박 세 시간이 걸리는 이 공연을 보는 동안 대부분의 관객은 오히려 서울 관객보다 더 민감하고 열띤 반응을 보였다는 점을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이번 순회공연을 계기로 참여한 사람 모두 새롭고 값진 경험을 했고 앞으로 지방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커다란 교훈을 얻었으리라 여겨진다. 무엇보다 「우리 도시 출신 지휘자와, 우리 도시 출신 연출자와, 우리 도시 출신 성악가가 모여 우리 도시 출신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자」 따위의 「재래식 애향심」은 없어져야 한다. 그보다 각 도시는 「우리 도시의 관객」을 위하여 어디의 것도 받아들이고 함께 만드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 순회공연 중 특히 인상적인 일이 있었다. 공연장의 여건은 대체로 좋았으나 한 곳만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현지답사를 미리 했던 팀도 처음에는 「공연 불가능」 판정까지 내렸었다. 그러나 정작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그럴 수 있었던 배후에는 공연을 성사시키려는 현지 직원 한 사람의 눈부신 활약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꾼」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들이다. 열악한 공연장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되겠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투자라는 교훈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그런가하면 멀쩡한 공연장에 나태함만 차있는 곳도 없지는 않았다. 어느 곳이든 독특한 「냄새」가 있는 법이다. 공연장 특유의 냄새 대신 관료주의의 곰팡내만 그득한 공연장은 사실 폐품을 모아두는 창고만큼도 쓸모가 없다.<조성진 예술의전당 예술감독>조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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