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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 돔 「세계유산」 부당하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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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 돔 「세계유산」 부당하다(사설)

입력
1996.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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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히로시마(광도)의 「원폭 돔」이 어처구니 없게도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으로 등록됐다는 보도다. 일본이 아직도 전후청산을 하지 않고 있고 2차대전을 「아시아 해방전쟁」으로 합리화하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도발이란 만행으로 생긴 원폭 돔이 어떻게 세계유산으로 등록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원폭돔은 원래 히로시마현 상공장려관이었다. 45년 8월6일 미국의 원폭투하로 돔부분의 철물구조가 앙상하게 드러낸 모습으로 남아 있다. 일본은 이 건물을 「원폭 돔」이라 이름지은 후 원폭의 피해를 부각시키는 무기로 활용해 왔고, 이것도 부족해 이번에 유산등록을 신청한 것이다.

전쟁관련 시설이, 그것도 전쟁을 도발한 나라의 시설이 세계유산으로 등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적어도 세계유산으로 등록되는 대상물은 인류의 공명을 얻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폴란드의 「아우슈비츠」수용소는 침략을 당한 나라가 신청했다는 점에서 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전쟁을 도발하고 반인류적인 만행을 저지른 일본이 정의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동안 전쟁만행에 대한 일본의 반성이 얼마나 허구에 찬 것이었는가를 원폭 돔의 세계유산 신청이 상징적으로 말해 준다.

일본은 원폭의 무서움을 후세에 알려야 한다는 명분으로 이를 신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동안 원폭이 투하된 원인은 빼고 그 피해만 널리 알려온 일본의 행태를 보면 그 저의가 뻔하다. 일본은 2차대전의 피해자는 일본이고 미국은 가해자란 공식을 합리화하는데 이를 적극 활용할 것이다.

이번 등록이 이를 걱정한 미국과 중국의 반대를 물리치고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일본이 우경화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현재 일본에서는 과거 군국주의와 침략전쟁을 반성하지 않는 우익세력이 때를 만난 듯 준동하고 있어 앞날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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