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동성종건 명성 잰걸음/“막대한 재원불구 사업성 불확실”/현대 LG 대우 한보는 검토단계2조원이 넘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강원도 폐광지역 대규모 관광레저단지 건설에는 어떤 기업들이 참여해 각축을 벌이게 될 것인가.
지금까지는 한화 거평 삼환기업 동성종합건설 명성 등이 수시로 현장조사를 하는 등 잰 발걸음을 보이고 있다. 개발계획 참여를 일단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기업들이다.
특히 건영 인수를 적극 추진했던 동성종합건설은 올초 함백산 일대 서학레저단지 개발예정지역 사유지 20만평을 매입, 개발계획 참여를 기정사실화했다. 이미 지난 8월 중견건설업체인 길훈종합건설과 50대 50으로 출자, 태백시 황지동에 「함백리조트」라는 별도 법인을 세우고 개발프로젝트까지 마련했다. 이재웅 이사는 『서학레저단지가 들어설 부지 170만여평 가운데 국유지를 제외한 사유지 20만평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서학레저단지 사업자 지정에서 우선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사업계획을 검토한 결과 수도권과의 연계 교통망이 문제이긴 하나 복합레저단지 자체가 관광객 흡인력을 갖고 있어 사업성이 있다는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서학레저단지에는 슬로프 11면의 스키장, 36홀 골프장, 콘도타운, 관광호텔, 문화센터 등이 건설되는데 동성측은 투자비용을 2,0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관광레저부분을 21세기 전략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계열사인 한화국토개발을 내세워 정선과 태백지역의 개발계획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한화측은 일단 280만평 부지에 슬로프 24면의 스키장과 호텔이 들어설 태백시 화전1동 일대 태백관광레저단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금 회수기간이 길어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화국토개발 김동철 부장은 『19일 열리는 민자유치설명회를 지켜본 뒤 참여여부를 결정하겠다』며 『계획 자체가 너무 광범위한데다 도로망 등의 여건이 미비해 사업성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94년 태백산일대 스키장 개발계획을 내놓아 관심을 끌었던 명성스타월드도 외국자본을 끌어 들여 태백관광레저단지 개발에 참여한다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밖에 지역연고가 있고 개발 사업자 선정시 우선권이 주어질 탄광업체인 삼탄은 일단 사업계획이 유보돼 있는 정선군 고한읍 만항지구 개발에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다. 같은 탄광업체인 동원은 사북읍에, 경동은 삼척시 도계읍에 각각 호텔 콘도 체육시설을 갖춘 리조트를 건설할 의향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삼탄 동원 경동 등은 지역연고가 있어 사업자 선정에서 우선권을 가질 수 있을 지는 모르나 보통 1,000억원 이상인 재원마련에 어려움이 있어 독자참여보다는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 LG 대우 한보 등 대기업들도 개발계획 개요파악은 마쳤다.그러나 건교부의 개발계획 승인이 떨어지지 않은데다 개별사업에 대한 참여 방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서로 다른 기업들의 눈치만 보고 있다.
한보그룹은 계열사인 한보에너지를 통해 사업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그동안 사업참여를 전제로 현지조사는 계속해 왔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참여사업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한보에너지 정병교과장은 『투자방식이 확정되지 않아 대기업들이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며 『국가지원책이나 투자방식이 결정돼야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와 대우도 각각 계열사인 현대시멘트와 대우건설을 통해 실무차원의 보고서는 작성했지만 아직 다른 기업들의 동향을 지켜보고 있는 정도다. 삼환기업 역시 복합리조트가 없어 개발계획 참여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수도권과의 교통망 문제로 머뭇거리고 있다.
영월군 상동읍에 석회광 부지 500만평을 보유하고 있는 거평그룹은 계열사인 대한중석에서 2000년까지 2,000억원을 투자해 상동지역에 스키리조트와 실버타운을 결합한 레저단지 건설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고한·사북 등의 개발이 일정궤도에 오른 후에나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한편 기업들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카지노의 경우 표면상으로는 지분참여를 적극 검토하는 기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 지분의 51% 이상을 공익단체가 소유토록 돼 있어 운영주도권을 잡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부 규제도 많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수익금의 많은 부분을 지역개발에 환원해야 한다는 점도 기업의 결심을 제약하고 있다.<이진동 기자>이진동>
◎개발모델 일본의 사례/공공기관·기업·주민 공동참여 테마파크·박물관 등 건설/검은 이미지 벗고 일급 관광도시로
대규모 관광레저단지로 탈바꿈한 일본의 폐광지역은 강원 폐광지역 개발계획의 모델이 됐다.
폐광지역 개발계획안 수립을 주관한 강원개발연구원(원장 오진모)이 모델로 삼은 것은 일본 홋카이도(북해도) 지역의 폐광촌 개발사례. 이 지역 개발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주민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식을 채택해 개발이익을 주민에게 환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춘 것이다. 또 대규모 화훼단지 조성과 환경정화사업 등을 통해 탄광지역의 「검은」이미지를 벗는데 중점을 두었다.
연구원은 그중에서도 유바리(석장)시를 태백 정선과 가장 비슷했던 지역으로 꼽는다. 일본의 대표적 탄광촌이었던 유바리시는 80년대 석탄산업 쇠퇴에 따라 인구가 12만명에서 2만명으로 줄자 종합리조트타운 건설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된 것은 마지막 탄광이 문을 닫은 90년. 시는 스키장과 프랑스 알사스지방을 재현한 「유바리 알사스촌」, 대규모 장미화원을 갖춘 「시네마 드림랜드」를 건설했다. 특히 27개 업체가 참여한 첨단 생물공학 산업단지 「바이오 콤비나트」의 유치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관광객 유치에 크게 기여한 것은 90년 시가 건설한 「석탄 역사촌」. 고생대의 석탄생성 과정과 채굴 생산 가공 이용경로 등을 주제로 도시전체를 박물관화하는 작업을 통해 폐광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현재 유바리시는 매년 3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일급 관광도시가 됐다.
인구 2만6,000여명의 아시베쓰(호별)시는 주민단체 주도개발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88년 출범한 「별내리는 마을 아시베쓰 주식회사」는 1년만에 156㏊규모의 테마파크 「캐나디언 월드」의 공사에 들어갔다. 회사는 홋카이도와 기후가 비슷한 캐나다 에드워드섬을 모델로 19세기 캐나다의 전원 풍경과 정취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 시정부 대기업 지역주민이 공동투자하고 운영은 주민들이 전담하는 방식으로 수익금을 지역개발에 재투자하고 있다.<이상연 기자>이상연>
◎땅투기열풍 한때 최고 50배 ‘껑충’/외지인 발길 늘고 브로커 농간도… 거래는 뜸해
대규모 관광레저단지가 들어설 강원도 태백 정선 영월 삼척 지역에는 이미 한차례 부동산 투기바람이 불었다.
특히 정선군 고한·사북 지역은 한동안 부동산 투기열풍에 휘말려야 했다. 다른 지역의 경우 개발예정지의 70%가 국·공유지인데 비해 상대적으로 사유지가 많은 데다 카지노 후보지로 떠오른 때문이었다.
8월까지만 해도 고한·사북에는 서울의 부동산 업소가 앞다투어 진출, 「OO랜드」 등 그럴듯한 이름을 내걸고 서울사람들을 불러 들였다. 심지어 개발예정지 입구에 천막으로 임시 중개소를 차려 놓고 투기를 부추기기도 했다. 카지노 후보지로 거론되던 고한 14리 고토일 지역에는 서울 번호판을 단 자가용들이 자주 드나들었다. 그러나 국세청과 검찰의 단속으로 부동산 투기 바람은 현재 가라 앉았고 브로커들도 일단 몸을 숨겼다.
그렇다고 외지인들의 개발지 주변 부동산 매입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레저단지 개발에 참여하려는 기업들도 조심스레 개발지역과 그 주변의 땅매입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취재팀은 D그룹 관계자가 개발지 주변을 현장답사하고 등기소에서 등기부 등본을 대량으로 떼는 것을 확인했다.
태백지역의 경우 매달 60∼70건의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중 15∼30건은 외지인이 매입한 것이었다. 면적으로 보면 외지인 매입이 전체거래 면적의 70%에 달했다. 태백세무서에 따르면 9월중 총부동산 거래 66건 62만8,000㎡(약 19만평)중 외지인 매입은 26건 42만3,000㎡(약 12만8,000평)이었다. 폐광지역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 추진되던 95년 한해동안 총 987건(772만4,000㎡)의 부동산 거래중 132건(491만1,000㎡)이 외지인 매입분이었다.
투기열풍이 몰아칠 당시 정선군의 개발예정지 주변은 평당 1,000원 안팎이던 임야가 1만∼5만원까지 껑충 뛰었다. 그러나 값은 뛰었어도 현지 주민들은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대부분이 평당 1,000∼2,000원에 임야를 거래했다. 막대한 차익은 모두 부동산 브로커들의 손에 들어갔다.
투기열풍이 몰아쳤던 정선군 고토일 지역 주변의 부동산거래도 뚝 끊어졌다. 5가구 정도가 부동산 업자들의 농간에 넘어가 땅을 팔았으나 이제는 개발이 눈앞에 왔다는 소식에 땅을 팔려는 사람이 없다. 고한 14리 이장 강병일(59)씨는 『사려는 사람도 팔려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무당국도 『투기대상 땅이 개발지역의 5∼7%에 불과하다』며 『최근 투기양상은 땅값은 올라 있지만 실체는 없고 소문만 무성한 거품투기』라고 분석했다.<이진동 기자>이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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