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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전범 입국 거부」의 교훈(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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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전범 입국 거부」의 교훈(사설)

입력
1996.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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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당시 생체실험을 하고 위안부 강제동원이란 만행을 저지른 일본전범 16명의 입국을 금지한다는 미국의 발표는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전후 51년이 지났는데도 전쟁범죄를 끝까지 추적, 이를 단죄하려는 자세는 그동안 감정적으로 극일과 반일만을 외쳐 온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전범들도 모두 고령이 되어 이 조치의 실효는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상징적인 의미는 크기만 하다. 전쟁만행은 시효가 없고 끝까지 추적해서 응징해야 한다는 정의를 미국은 보여주었다. 미국은 나치전범에 대해서도 오래전부터 입국금지를 해왔음은 물론 비자신청시 나치의 대량학살에 간여 여부를 묻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일본전범에 대해선 비교적 관대한 태도를 견지해 왔었다. 이번에 태도를 바꾼 것은 극악한 만행의 증거가 많이 드러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본의 전쟁만행에 대한 반성이 부족한데다 거세지고 있는 일본의 우경화 바람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풀이가 가능하다.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미국의 태도 변화에는 「워싱턴 정신대대책위」등 인권단체들의 노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전한다. 민간단체로서의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증거를 바탕으로 미국 법무부를 설득한 이들의 노고는 끝없는 인류애의 표상이란 점에서 치하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미국의 입국금지에 반발하기 보다는 그 의미를 깊이 되새겨 깔끔한 천후처리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731부대의 생체실험이나 해부, 그리고 일본의 위안부 강제동원은 증거가 드러났는데도 정부의 관여를 부인해 왔다. 정부의 보상은 커녕 일부 정치인은 위안부를 「상행위」라고 까지 망언을 계속하고 있다.

이것도 부족,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원수에게 야스쿠니신사를 참배시키겠다느니 위안부문제를 교과서에서 삭제하겠다는 등의 극우적인 행보를 서두르고 있다. 과거 만행을 반성할 줄 모르는 이같은 반역사적인 행태는 일본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라는 것을 미국의 이번 조치는 말해준다고 할 것이다.

미국이 이번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장기간 연구 조사를 해온 사실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이같은 노력은 망언과 사과를 적절히 사용하는 일본의 교묘한 식민통치 합리화에 감정적으로만 대처해 온 우리에겐 좋은 교훈이 된다. 우리는 아직도 망언을 반박할 수 있는 일본청산의 근거들을 다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금도 나치전범을 추적하고 있다. 우리도 보다 치밀하고 체계적인 역사연구와 자료수집을 통해 일본의 만행을 좀더 명확하게 증명해야 한다.

이것은 반인류적인 일본의 전쟁범죄를 처벌한다는 뜻과 함께 전후청산을 보다 확실히 해 역사를 바로 세운다는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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