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에 눌린 ‘유엔의 다윗’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유엔사무총장은 요즘 「다윗」으로 불린다.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연임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차기 사무총장 후보를 고수하며 미국에 맞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엔에서 미국은 마음만 먹으면 「골리앗」이상의 파워도 행사할 수 있는게 현실이다. 유엔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은 결국 정치현실의 냉엄한 틀을 넘지 못하는 양상으로 굴러가는 것 같다.
부트로스 갈리 사무총장은 4일 차기 총장후보를 보류하겠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기존의 완강한 자세에서 한발 물러섰다. 지난달 19일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실제상황」이 벌어졌을 때만 해도 나머지 14개 회원국들의 찬성을 빌어 「후보사퇴불가」를 공언했던 그였다.
물론 그가 후보를 완전히 사퇴한 것은 아직 아니다. 실바나 포아 사무총장 대변인은 부트로스 갈리의 후보보류를 발표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이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그가 후보명단에서 스스로를 제외시킴으로써 아프리카 단결기구(OAU)의 후보선정작업에 숨통을 터 주었다. 지난주 OAU는 부트로스 갈리가 아프리카가 지지하는 유일한 차기총장후보라고 밝힌적이 있으나 이는 결국 부트로스 갈리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했던 셈이다. 그로서는 안보리회원국의 절대다수 지지를 기록으로 남기고 아프리카국가들의 선언적 지지를 확보, 가능한 명분을 얻었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그가 후보를 고수, 다음 안보리 투표에 다시 부쳐질 경우 압도적 지지를 재획득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도 고려의 대상이 됐다는 분석이다.
내주초 열릴 안보리회의가 새 후보들에 대한 투표를 실시, 차기총장선출에 성공한다면 「유엔의 다윗」은 완전히 패배하는 셈이다.<뉴욕=조재용 특파원>뉴욕=조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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