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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일가 대탈출의 드라마(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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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일가 대탈출의 드라마(사설)

입력
1996.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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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북회령시에서 공업노동자로 일하던 김경호씨 일가 16명과 사회안전원 등 17명이 집단으로 북한을 탈출, 근 40여일간 중국 각지를 거쳐 홍콩으로 밀입국한 것은 감동적인 인간승리의 드라마다. 우리는 한국전쟁때 의용군이란 이름으로 강제로 끌려가 온갖 박해속에서 지내다 억압과 굶주림의 땅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한 김씨 등의 용기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정부는 이들이 한국으로의 망명을 분명히 희망한 만큼 홍콩 당국과 교섭, 하루 빨리 한국으로 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북한체제가 흔들리고 있음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이처럼 17명이나 되는 한가족 일행이 탈출한 것은 저들 체제의 균열이 심각한 상황임을 말해 주는 것이다. 90년대들어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김일성 사망후 경제파탄과 극심한 식량난 에너지난 등으로 북한체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통제력이 날로 약화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북한은 650만톤의 식량수요에 비해 작년과 올해에는 홍수까지 겹쳐 200만톤이나 부족하여 1∼2년전부터 상당지역에 식량배급이 중단되고 공장이 멈췄으며 각 기관들에 자력갱생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올 겨울은 북한주민들에겐 가장 춥고 배고픈 잔인한 계절이 될 것으로 보아 결빙된 압록강·두망강을 통한 대량 탈북사태와 해상을 통한 보트 피풀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많아 각별한 주목이 요청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체제의 동요와 주민들의 대량탈북사태는 한반도 상황을 위급하게 만들 것이어서 우리로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대체로 극심한 식량난과 함께 쿠데타 발생, 권력 충돌 등 내부혼란과 체제 붕괴때 대량 탈북이 빚어질 것이다.

문제는 대량탈북에 대처하기 위한 정부의 대비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관계기간의 한두차례 모임에서 적십자사가 주관하여 사고·재난때처럼 대응하고 휴전선 인근 초등학교 교사 수백개를 임시 수용소로 한다는 구상이 전부이다. 또 개별적인 탈북자는 그동안 복지부가 담당하던 귀순 북한동포 보호법 대신 통일원이 탈출주민 및 정착지원법을 성안, 보호시실 1년 주거시설에 2년간을 수용한 후 사회적응 기간이 지난 뒤 기술교육 등을 하는 것이 골자이나 그나마 이 법안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상태다.

여기서 우리는 서독이 통일전 대량탈출에 대비, 국경 여러 곳에 임시 수용소 시설과 식량·약품·의류 등을 비축했으며 통독전 주민들이 몰려 왔을 때는 확고한 프로그램을 세워 수일간 연방정부 수용소에 수용후 각 주에 보내 교회와 민간기구가 이들을 포용, 정착케 했음을 깊이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북한에 언제 위급사태, 돌발사태가 발생하고 주민들의 대거 탈출이 있을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내일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막연한 걱정보다 관계부처를 동원, 통일원 주관아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수용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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