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식 관리가 ‘화근’/품질균등화·마케팅 등 세밀한 준비도 없이 시작/정부도 외형에만 관심 자생력 키울 지원은 외면중소기업 공동브랜드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평가돼온 한국신발공업협동조합의 「귀족」이 부도처리된 것을 계기로 중소기업 공동브랜드에 대한 지원부재와 브랜드관리의 허점 등이 다시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물론 귀족의 경우 최종부도처리는 됐지만 여러 정황으로 보아 정상화의 여지는 많이 남아있다. 협동조합이 금융기관 관리규약상의 공공법인에 해당돼 최종부도를 냈다 하더라도 신규여신취급이나 당좌거래에는 지장을 받지 않는데다 부도액수가 많지 않고 재무구조도 비교적 양호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4일 현재까지의 부도액수는 모두 6억2,000만원. 이에반해 전국 대리점에 깔려있는 미수금이 이달분만해도 36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부도어음을 처리하는데는 어려움이 없다는게 은행이나 조합측의 생각이다.
그러나 귀족의 회생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부도사건은 중소기업 공동브랜드가 안고 있는 여러 고질적인 문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귀족이 부도를 낸 것은 일차적으로 조합측과 전국 109개 대리점간의 마찰때문이다. 초창기에 비해 제품의 질이 갈수록 떨어지고 사이즈별 제품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점주들의 불만이 커졌고 급기야 지난달 점주들의 협의체인 전국판매점협의회가 집단으로 자금결제를 동결한 것이 파국을 부른 원인이다.
협의회 회장을 맡고있는 충북 제천점의 노필환(40)씨는 『대리점의 재고물량이 무려 20만족에 달하고 또 일부제품은 기본적 품질검사를 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제품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재고문제에 대한 조합측의 명확한 대책도 없고 또 일부품목은 공급도 제대로 해주지 않는데 어떻게 대금을 결제해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 한달기간으로 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결제토록 해온 결제방법도 조합의 횡포라는 게 대리점측의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품질균등화문제나 마케팅에 대한 세밀한 준비없이 단기간에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려 했던 것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제대로 된 시장조사 하나 없이 브랜드를 만들고 그나마 법적검토도 없이 사업을 시작하는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하다는 것이다.
최근 기업은행이 실시한 중소기업 공동마케팅 실태조사에서도 이같은 주먹구구식 사업추진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생산능력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채 공동마케팅 사업을 시작했다가 상품도 내보지 못하고 실패한 조합이 있었는가 하면 귀족처럼 무리하게 대리점망을 확충하다가 미수금때문에 중도하차한 경우도 있었다.
정부측의 무책임한 자세도 지적됐다. 공동브랜드가 유행처럼 번지자 판매실적이나 대리점확충 등 외형확장에만 신경을 썼지 품질이나 마케팅에서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지원대책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대로 된 공동마케팅 종합지원센터하나 없는 지금의 공동브랜드 현실에서는 귀족과 같은 파국이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는 게 중소업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황유석 기자>황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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