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노동법 개정안 확정 이후 노동계가 경고한 총파업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노동계는 노동법 개악을 철회하라며 사상 초유의 총파업을 위한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총파업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노동법 개정이 국민경제 회생에 미흡하다며 대응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노동계 입장/D데이 잡아놓고 방법론 고심
총파업의 D데이를 13일 전후로 잡아두고 있는 민노총은 6일께 파업의 최종시기와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고, 한국노총은 16일과 19일 이틀에 걸쳐 파업을 할 계획이다.
이들 양대 노총 지도부가 총파업을 시도할지 여부는 우선 일반 노조원들이 얼마나 참여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양대 노총 관계자들은 『정부안에 대한 단위 노조의 반발이 크다』면서 『많은 사업장이 파업에 참가, 총파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노총은 산하 5천5백개 노조중 3천여개, 1백20만 노조원중 1백만명 이상, 민노총은 40만 노조원중 30만명 정도가 참가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부 관계자들은 『아직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일선 단위 노조에서는 일반 노조원들의 호응이 그다지 크지 않다』며 총파업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이번 파업이 불법인데다 노조원들이 노동법 개정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편 총파업이 이뤄지더라도 단위 사업장의 경우처럼 전면적 작업거부의 형태는 아닐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한국노총이나 민노총도 하루 1∼2시간 등 제한적인 작업거부로 파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민노총은 첫날 2시간, 2일째 4시간, 3일째 8시간, 4일째 무기한 등의 형태로 「단계적 파업」을 구상하고 있다. 한국노총도 16일 일반 사업장, 19일 철도 전력 금융 통신등 기간산업의 파업을 1시간씩 계획하고 있다.
노동계는 이런 정도의 시한부파업으로도 국민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전국의 모든 은행이 1시간만 업무를 중단하더라도 그 후유증은 심각하다는 것이다.
철도, 전력, 자동차, 조선 등 기간산업의 파업은 그 손실을 계산할 수 없을 정도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작업거부보다는 태업이나 머리띠 두르기, 사복근무, 점심시간 집회, 피켓팅 등 온건한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총파업 결행의 결정적 변수는 노동법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 개정안 통과가 무산될 경우 한국노총은 파업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민노총도 「노동법의 연내 민주적 개정」을 목표로 내세우고는 있지만 절충안이나 타협책을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과 민노총이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연대총파업도 이같이 국회일정과 상황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남경욱 기자>남경욱>
◎재계 입장/“자칫 회생불능” 강경대응 경고
산업현장에 또 시련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경기가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수출도 부진한 와중에 노동계가 정부의 노동법개정안과 관련, 총파업을 선언하고 나섬에 따라 파업이 강행될 경우 업계 전반이 회생불능의 상황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은 노동계의 파업선언에 맞서 강경대응방침을 정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현대·기아자동차 현대·대우중공업 등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노동계의 「실세노조」들이 파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4일 노동계 파업에 대한 가담자 징계, 고발, 손해배상청구 등의 강경대응방침을 재확인하고 관련지침을 산하 4천여개 사업장에 내려보내기로 했다.
경총은 이와 함께 13일 전후로 예정된 총파업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6일 30대 그룹 인사노무담당임원회의를 갖기로 하는 등 재계 전체가 초비상이 걸려 있다.
개별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현대그룹은 중공업이 파업찬반투표를 실시하는 등 사태가 심상치 않자 노조측에 이번 파업은 불법임을 통보하는 동시에 회사와 경제상황이 어려운 점을 들어 노조원들에 대한 설득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일부 계열사들이 찬반투표에 돌입한 대우 쌍용 기아 등도 계열사별로 노조에 자제를 요청하고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이처럼 재계가 총파업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파업이 발생할 경우 어려운 경제와 기업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고심은 어느 때보다도 크다.
대우그룹 관계자는 『연말에 몰려 있는 생산물량과 수출량을 채우기 위해서는 작업시간을 늘려야 할 형편인데 부분파업이라도 발생할 경우 결정적인 타격을 입는다』면서 『총파업선언으로 작업분위기가 느슨해지는 것도 회사측에 큰 부담』이라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특히 파업이 부분적으로 발생하더라도 연말수출에 제동이 걸려 무역적자가 2백억달러 이상으로 확대되고 경기회복은 지연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정부가 파업에 대한 강경입장을 밝히고는 있으나, 정부는 노동법개정을 놓고 노동계와 재계의 입장을 절충해온 「중간자」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공권력투입 등의 강경책을 택하기 어려운 사정도 있어 재계의 불안감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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