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관공서 업무시간이 겨울동안(11월∼2월) 한시간 단축돼 하오 5시에 관공서가 문을 닫는다. 대부분 기업들보다 1시간 빨리 업무를 마감하는 것이다. 이른바 「공무원 동절기 단축근무제」는 국민들의 활동시간과 차이가 생겨 국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하오 5시이후에는 행정수요가 극히 적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30여년동안 관행으로 내려온 공무원 동절기 단축근무제에 대한 찬성·반대입장을 들어본다.<편집자 주> ◎찬성입장/신진선 총무처 복무담당관실 총괄서기관/일몰후 근무 민원 적어 비효율적/평균 근로시간도 민간보다 길어 편집자>
정부는 59년 공무원복무규정을 제정한 이래 공무원의 동절기 근무시간을 상오 9시부터 하오 5시까지로 정해왔다. 정부는 40여년가까이 이 제도를 시행해오면서 한동안(82∼85년) 동절기 근무시간을 1시간 늘려 하오 6시까지로 변경하기도 했다.
정부가 동절기 근무시간을 단축하고 한동안 시행해온 제도를 본래대로 환원시킨 것은 몇가지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첫째 해가 진 뒤 에는 민원인의 발길이 적기 때문에 근무시간을 단축해 인력낭비와 에너지손실 등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하오 6시까지 근무했던 82∼85년에 하오 5시이후 관공서를 찾은 민원인은 전체의 4.12%에 불과했다. 둘째 교통여건이 불편한 도서벽지 농어촌 소재 공무원들의 귀가를 감안했다. 세째 가정을 꾸리고 있는 여성공무원들에 대한 배려도 숨어 있다. 넷째 생체리듬상 일몰후 현격히 떨어지는 업무효율도 고려된 것이다.
최근 사회 일부에서 경제난 타개 및 경쟁력 제고, 서비스향상을 위해 동절기 공무원의 근무시간을 민간기업과 동일하게 하오 6시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일면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공무원의 근무현실을 면밀히 살펴볼 경우 국민들도 동절기 단축근무제에 대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동절기에 단축근무를 하더라도 공무원들은 1년을 통틀어 주당 42.36시간을 일하고 있다. 이는 민간기업 근로자의 평균노동시간 42.15시간보다 긴 것이다. 또 민간기업에서는 초과근무시 매시간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고 있지만 공무원의 경우 2시간이내의 초과근무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경찰 소방 철도 등 국민의 안전과 생활에 직결되는 업무를 수행하는 상당수 공무원들은 24시간 교대로 상시근무하고 있으며 대다수의 공무원들은 토요 전일근무제 확대실시로 토요일 하오에도 근무하면서 민원인의 편의를 도모해주고 있다. 심지어 서울 광진구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일요일에도 민원업무를 위해 공무원을 배치하는 형편이다.
이와 함께 11월1일부터 다음해 2월말까지 시행되는 동절기 단축근무제는 명목상 근무종료시간일 뿐 실제로 많은 공무원들은 잔무처리 등으로 하오 6시이후에야 퇴근하는 점도 참고해야 한다. 잔무처리를 위한 연장근무는 하절기에도 동일하며 근무시간 종료후 관공서의 점등상태로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40여년간 공직사회에서 지속돼온 동절기 근무관행의 변경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또 근무시간 단축제가 사라지면 많은 공무원들의 사기가 저하돼 오히려 행정의 비효율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현행근무체제는 당분간 유지하되 민간기업의 근무시간 변화추이를 살펴가면서 동절기 단축근무제의 변경을 신중히 모색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반대입장/오재관 한국YMCA 전국연맹정책기획국장/국민서비스 무시 행정편의 발상/경쟁력 강화 정부노력과도 모순
하오 6시까지인 관공서 업무마감시간을 겨울철에 한해 1시간 앞당기는 현행 공무원 동절기 단축근무제도는 관공서가 국민을 위한 서비스기관이란 점에서 당연히 개선돼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연중 상오 9∼하오 6시의 단일근무시간제를 채택하고 있고 국민의 일상생활도 계절에 관계없이 하오 6시를 분기점으로 주·야간을 구분하고 있는데도 유독 관공서만 겨울철이라고 해서 업무를 1시간 단축하는 것은 행정편의적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이 한창 일하는 시간에 관공서가 문을 닫는다는 것은 국민의 봉사기관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
겨울철이라고 해서 여름철에 비해 국민들의 행정서비스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생활양식이 다양화해 야간에도 행정민원 수요는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동절기 단축근무제도는 기업·시민의 정상적인 활동을 단절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모든 국민들에 시간은 돈이다. 만약 어떤 기업이 업무상 중요한 민원서류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관공서가 일찍 문을 닫아 하루가 지체된다면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동절기 단축근무제도는 ▲겨울엔 날이 일찍 어두워져 민원인들이 찾아오지 않고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취지에서 시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한다면 민원인이 하오 5시이후 찾아오지 않아서 업무를 빨리 끝내는 것이 아니라 관공서가 문을 일찍 닫기 때문에 민원인들이 찾아가지 않는다고 해야 옳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따라야 하고 공급이 생기면 수요도 창출되기 마련이다. 토요일 전일근무제 시행이후 토요일 하오에 관공서를 찾는 민원인들이 많아진 것이 단적인 예다.
에너지절약의 취지도 설득력은 약하다. 업무시간을 줄여야 할 만큼 우리나라의 에너지사정이 나쁘지는 않다. 오히려 일몰시간 이후에는 전기가 남아돌아 전광뉴스판이나 네온사인도 허가해 주는 상황이다. 현실적으로도 대부분의 관공서가 하오 5시이후에도 잔무처리나 야근 등으로 전열기기를 사용하고 있다.
정부는 경제난 타개와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일을 더 하자」고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경쟁력향상을 위해 정부가 앞장서겠다고 누누히 밝혀왔다. 그러면서도 정작 기업이나 국민보다 일을 먼저 끝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민간과 공공부문의 이원적 업무형태는 마땅히 일원화해야 한다.
공무원 근무제도에 대한 종합적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의 제도와 관행은 규제시대의 산물이다. 국민 위에 군림한다고 해서 정부의 권위가 서는 것은 아니다. 국민을 편하게 해주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정부가 진정한 정부요 이를 다할때 정부의 권위도 스스로 선다.
◎59년 복무규정제정이후 관행으로 굳어져/선진국선 업무특성따라 출퇴근시간 달라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관공서 업무종료시간을 평소의 하오 6시보다 1시간 앞당기는 「공무원 동절기 단축근무제」는 59년 공무원 복무규정제정과 함께 시행된 아주 오랜 제도이자 관행이다.
공무원 겨울철 근무시간은 72년까지 상오 9∼하오 5시를 유지하다 73년 제1차 오일쇼크로 출·퇴근시간이 함께 30분씩 늦춰져 상오 9시30분∼하오 5시30분으로 바뀌었다. 79년 제2차 오일쇼크로 심각한 에너지부족에 직면하자 정부는 퇴근시간만 30분 추가 단축, 상오 9시30분∼하오 5시 근무형태를 3년간 이어갔다.
제도도입 초기와 같은 상오 9∼하오 5시의 현행 근무형태가 굳어진 것은 85년부터. 82∼85년엔 단축근무제 자체가 폐지되기도 했지만 정부는 적어도 겨울철의 경우 일몰 이후엔 민원수요가 거의 없다고 판단, 근무형태를 원상태로 되돌려 놓았다.
몇차례 일부 조정에도 불구, 이처럼 40년 가까이 관행으로 내려오는 공무원 동절기 단축근무제에 대해 최근 폐지여론이 만만치 않다.
폐지론의 골자는 한마디로 「서비스공급자(관공서)가 어떻게 서비스수요자(민간)의 편의보다 우선될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퇴근시간이 하오 5시냐, 6시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의 활동시간보다 짧은 공무원 근무시간 형태는 국민에게 불편을 주고 업무의 단절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또 민간부문에서 탄력근무제가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할 때도 개선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소수의 민원인을 위해 관공서의 문을 모두 열어놓는 것 자체가 비효율이자 낭비」란 것이 정부측의 존속논리다. 퇴근시간은 앞당겨도 공무원 평균 근로시간이 민간부문보다 긴 이상 공복이란 이유로 무작정 희생을 강요 할 수만은 없다는 주장이다.
한편 외국에선 우리나라같은 획일적 근무단축제는 찾기 힘들다. 대신 선진국들은 기관·업무·개인의 특성에 따라 출·퇴근시간을 달리하는 탄력근무제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은 법정근무시간내에서 자율출·퇴근제가 시행되고 있고 ▲일본은 상오 8∼9시30분 ▲이탈리아 상오 8∼9시 ▲오스트리아는 상오 7∼9시중 출근시간을 공무원 각자 선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토요 전일근무제(격주휴무제)처럼 출·퇴근시간에도 탄력성을 준다면, 예를 들어 민원담당부서는 일찍 출퇴근하는 조와 늦게 출퇴근하는 조로 나눠 운영한다면 현행 인력으로 도 민원수요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을 것이란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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