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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목 관광단지’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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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목 관광단지’ 기대와 우려

입력
1996.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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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이용계획 변경과정 사업자 선정 등 논란/개발기대 대다수 찬성 불구 농어민은 생존기반 파괴 걱정 「거제 장목종합관광단지 조성계획」. 경남도가 거제시 장목면 구영리의 황포와 송진포 일대에 1997∼2006년 골프장 28만평, 카지노 호텔 컨벤션센터 콘도 상가 등을 갖춘 종합관광지 24만평, 자연녹지공원 48만평 등 총 100만평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총비용 1조 3,000억원에 달하는 이 개발계획은 김혁규 경남도지사의 선거공약이었다. 그러나 지난 7월 사업시행자로 (주)대우가 선정돼 사업시행을 눈앞에 둔 이 개발계획을 놓고 거제는 계속 어수선하다. 특히 환경문제와 밀접히 연관된 국토이용계획 변경과정과 사업자 선정경위 등을 둘러싼 잡음이 가시지 않고 있다.

 낙동강 환경관리청은 「장목관광단지 조성을 위한 국토이용계획변경안(골프장 제외)」에 대한 경남도의 검토 요청에 대해 4월12일자 회신에서 「사업 시행을 재고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원칙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환경관리청은 이와 함께 「불가피하게 사업을 시행해야 할 경우」 해양생태계 보호대책 수립과 고도의 오수처리시설 설치 등 9개항의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회신했다.

 경남도는 그러나 이같은 전제조건 충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달여만인 5월16일 국토이용계획 변경결정을 내렸다.

 한편 낙동강 환경관리청의 요청으로 골프장 건설을 위한 국토이용계획변경안을 검토한 경남대 민병용 교수(환경보호학과)는 10월2일 「골프장 조성은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해당지역의 경사가 심하고 바다가 가까워 골프장 조성시 ▲토사유입에 따른 해양생태계 파괴 ▲비료의 다량유입에 따른 적조현상 다발 ▲농약으로 인한 환경오염 및 수산자원 감소 등이 예상된다는 이유였다.

 사업시행자가 (주)대우로 선정된 데 대해서도 말이 많다. 민자유치 사업자 선정에 (주)대우가 단독 응찰, 낙찰했다. 경남도는 이에 대해 『관광사업은 장기투자가 필요하고 수익성이 불확실해 다른 기업이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시행자에 고수익성 카지노 사업권이 부여되는 데다 (주)대우가 개발대상지역내에 임원 명의로 40만평 이상의 토지를 매입해 둔 것으로 드러나 특혜시비가 일고 있다. (주)대우는 91년 27홀짜리 대규모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다 주민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주민들은 『대우가 결국은 녹지를 풀어 현재 18홀로 계획돼 있는 골프장을 27홀로 확대하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개발지역이 김영삼 대통령의 생가와 가까운 곳이라는 점과 관련한 논란도 있다. 국민회의 이길재의원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대통령의 고향인 거제도를 집중개발하는 것은 특혜사업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와 달리 거제 주민 대다수는 개발이익을 염두에 두고 관광단지 조성을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거제 환경운동연합」 「거제 경실련」 등 현지 시민단체도 방법론상의 이견을 내놓으면서 개발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그러나 막상 관광단지가 들어설 장목면 구영리 황포와 송진포 주민들은 어장과 농토 피해로 생업을 잃게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골프장이 들어서면 공동어장이 피해를 입고 농약이 날아와 양파농사를 망치게 된다며 계획의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황포마을의 이숙용씨는 『정부와 재벌이 바다를 빼앗으려 한다』고 분노를 표했다.

◎골프장의 경제학/세수 기껏해야 연 2억∼3억원/고용효과 소규모 공장만도 못해/골프장내 부대시설 완비로 주민소득 향상도 미미

 18홀짜리 골프장이 건설되면 인근 지역에는 어떤 혜택이 돌아올까.

 경남도와 (주)대우측은 세수와 고용증대, 소득향상을 내세우며 골프장이 낙후된 이 지역을 크게 발전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남도는 골프장이 건설되면 거제시의 세수가 연간 6, 7억원 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8개 골프장이 있는 경기 용인군의 경우 골프장으로부터 받아 들이는 세금이 총 33억원. 골프장 1개에서 평균 2억6,000만원의 세금을 받는다는 계산이다. 결국 장목에 골프장이 들어선다 해도 세수는 기껏해야 2억∼3억원선이다.

 28만평에 이르는 골프장이 고용하는 인력은 고작 370명선. 이중에서도 캐디 300명과 사무관리직원을 뺀 20∼30명의 경비원 잡역부 정도가 자신들이 차지할 수 있는 자리의 전부일 것이라고 주민들은 예상한다. 작은 공장 하나가 들어서는 것만도 못한 고용효과이다.

 경남도의 계획에 따르면 골프장 건설비용은 450억원이다. 골프장 1홀에 100명까지 회원을 모집할 수 있어 18홀이면 최대 1,800명의 회원 모집이 가능하다. 현재 서울 인근의 골프장 회원권은 1억∼2억8,000만원.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거제도 장목 골프장의 회원권 분양 총액은 1,800억∼4,860억원이 된다.

골프장을 건설하는 측의 이득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주민 소득향상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캐디들은 캐디하우스에 기거하고 골퍼들은 골프장 부대시설에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 골퍼들은 자가용이나 셔틀버스로 골프장에 왔다가 호텔을 잠시 이용하고는 훌쩍 떠나 버린다. 민가에 들를 일이 없다. 몇몇 캐디나 사무관리직원들의 하숙 정도가 예상될 뿐이다.

◎미리 가본 2006년 거제/골프장·카지노 화려한 빛 이면엔 종업원 전락·이주 등 주민들 그림자도

 2006년 거제도는 일본 중국 대만과 서울 등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붐빈다. 부산 김해공항에 내린 K씨. 돈 좀 있다는 소리를 듣는 그는 골프 친구들과 함께 부산과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를 달린다. 그는 렌터카를 몰고 가면서 가덕도에서 해저터널로 내려갔다 다시 물위로 솟아나와 섬과 섬을 이어가는 거가대교의 장대한 모습과 주변 바다풍경에 감탄을 연발한다. 1시간도 안돼 그는 장목관광단지에 도착했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해안 골프장에서 그는 또 한번 놀란다. 외국인들도 이런 수준의 골프코스를 본 적이 없다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저녁이 되자 친구들과 고급 음식점에서 바닷가재 요리로 식사를 한 후 카지노로 가 잭팟을 터뜨리며 축하 벨소리를 듣는다. 관광지는 밤에도 네온사인으로 별천지를 이룬다.

 밤이 이슥해 예약해 둔 호텔에 여장을 풀고 컴퓨터를 켜 전자메일을 확인한 뒤 몇통의 전화를 건다. 조금 후 누군가 방문을 노크했다. 낮에 미리 약속해 둔 터였다. 다음날 아침 K씨는 「듣던대로 동양 최고의 관광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흐뭇한 기분으로 호텔을 나선다.

 같은 시간 장목면 황포마을에 사는 L씨가 H호텔로 들어선다. 그는 이 호텔청소원.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 오던 그는 97년까지만 해도 연 2,5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 지역은 1종 어장으로 값나가는 어패류가 많이 잡혔다.

 그러나 관광단지와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어장이 망가졌다. 조금 받은 피해보상금도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조상대대로 이어 온 어업을 포기하고 이젠 청소원이라니…. L씨는 조상들의 묘가 줄지어 있던 언덕배기가 파헤쳐져 컨벤션센터로 둔갑한 것을 바라보면 조상을 대할 면목조차 없다. 길목이 좋은 곳에 살던 몇몇 집이 땅값이 뛰는 바람에 졸부가 돼 거드름을 피는 것도 솔직히 배가 아프다. 개발 이전에는 황포가 거제도에서 가장 넉넉한 마을이었는데….

 L씨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황포마을에 150여명, 인근 송진마을에 80명 정도였는데 일부는 다른 지역으로 떠나 버렸다. 저녁에는 고향을 떠나지 못해 남은 이웃들과 소주잔을 돌리며 한숨을 내쉬곤 한다.<조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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