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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제한」 풀어져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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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제한」 풀어져야(사설)

입력
1996.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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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난 한미 미사일협상은 우리를 실망케 한다. 이 협상에서 우리는 한미 양해각서에 의해 현재 사거리 180㎞까지로 제한돼 있는 미사일 개발수준을 최소한 「미사일기술 통제체제」(MTCR)가 허용하는 300㎞이상으로 상향조정할 것을 미국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미국은 양해각서는 그대로 두고 MTCR가입만을 강요한 것으로 보도됐다. 미국측의 논리는 북한의 미사일개발 제한을 위해 미국과 북한이 MTCR가입협상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한국의 개발수준을 높여 줄 수는 없는 일이 아니냐는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은 미국이 막아 주고 있으며, 얘기가 잘 풀리면 그 위협 자체도 줄어들 것이라는 게 미국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 국방을 언제까지나 미국에만 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다. 북한에 대한 양국의 생각이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우리는 잠수함사건을 통해 통렬하게 실감했다. 그것은 한미공조도 우리 스스로의 힘이 얕보이지 않는 수준일 때 비로소 적에게 위력적일 수 있다는 깨달음으로 귀착된다.

 결렬의 또 다른 이유는 한국의 미사일 개발이 주변국, 특히 북한의 군비경쟁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사정거리 1,000㎞의 「노동 1호」를 갖고 있는 북한을 어떻게 설명할는지 알 수 없다. 핵무기를 보유한 중국이나 우주산업에 뛰어든 일본이 한국의 「180㎞」 족쇄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미국측은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잠수함사건은 북한의 적의와 행동방식을 극명하게 드러내 주었다. 그들은 미사일과 핵개발 위협으로 식량과 경수로를 얻어냈다. 그리고 구호식량을 실은 배가 간 같은 길로 공비를 실은 잠수함을 내려 보냈다. 그들은 우리가 만만하게 보이는 한 이런 행패를 되풀이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무엇보다 먼저 할 일은 그들이 다시는 같은 짓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할만큼 강력한 수단을 갖추는 일이다. 그것이 이 일을 겪은 뒤의 한국국민의 일치된 결의다.

 「백배 천배 보복」을 외치는 북한군이 장거리포와 각종 미사일로 수도권과 남한 전역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미사일 개발노력은 최소한의 자구책이며 양보할 수 없는 생존의 권리다. 미국은 공조체제 안에서도 이같은 한국의 절박한 처지를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미사일협상은 현안 타결을 내년 봄으로 미룬 채 회의를 끝냈지만, 미국은 우리의 자주국방노력을 언제까지나 미국의 동북아전략 속에 묶어 두려고 고집할 일이 아니다. 한국의 군사력향상은 동맹국인 미국에도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우방이라면 잠수함사건을 당한 한국국민의 분노와 부끄러움을 남의 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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