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성지식 보다 이성을 이해하는 인간존중교육 중요 청소년 성교육 시행여부를 둘러싸고 상당기간 찬반양론이 있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사람이 교육을 해야한다는 입장에 찬성하는 것같다. 하지만 누가,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 언제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인간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배가 고프면 밥을 먹듯이 성도 본능적으로 익히게 된다. 그렇지만 식사예절이 있듯이 성에도 예절과 규칙이 있다. 물론 성교육이 청소년기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사람은 만 2∼3세가 되면 자기의 성을, 유치원에 다닐 무렵이면 남녀의 역할을 구분하게 된다. 소꼽놀이를 하면서, 부모가 하는 행위를 보면서 자연스런 성교육이 이뤄지는 셈이다.
그러나 사춘기가 되면 육체적 변화와 함께 성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고, 이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성에 대한 욕구를 채우려 한다. 바로 이런 문제를 어떻게 잘 해결할 수 있는지 가르치는 게 성교육이다.
그런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학교교사의 89%는 부모가, 부모의 66%는 교사가 성교육을 해야 한다고 서로 떠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청소년의 95%는 성교육을 원하고 있었다. 청소년들이 사춘기의 변화에 잘 적응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누군가 확실히 맡아서 성교육을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학교가 맡는게 적절한 방법으로 판단된다.
한 여자고등학교의 성교육 시범사업을 예로 들어보자. 이 학교는 외부강사 초빙 특강, 유인물 비디오테이프 활용교육 등을 실시했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전체 교사들이 성교육 도서를 읽고 제도적으로 성교육을 시키는 방안도 시도했으나 역시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학교 성교육위원회」를 조직, 학생들의 욕구조사와 교사연수등을 통해 상담위주의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한 결과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 학교는 단순한 성정보나 지식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남녀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인간중심의 정신교육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바로 여기에 성교육의 해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청소년의 성교육은 성에 대한 가치관을 올바로 확립하는 교육이어야 한다. 이는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고, 자신의 성에 대해 만족하며, 이성과 건전한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교육을 의미한다. 지금까지의 성교육이 실패한 것은 이같은 성교육의 핵심에 제대로 접근하지 않고 단순한 성지식의 전달에 머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안동현 한양대 의대 교수·한양대병원 정신과>안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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