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자의적 판단’ 방지 보완책 미흡/사법부 실무 권한 소유 권력기관화 대법원이 4일 전국법원장회의를 열고 새로운 인신구속기준과 관련한 대법원예규의 틀을 마련함으로써 내년부터는 법원의 구속영장발부가 신중해지게 됐다.
대법원은 앞으로 교통사범 등 과실범의 경우 합의여부와 상관없이 불구속원칙으로 재판하고 대신 민사소송제도를 활성화해 피해자가 반드시 배상받을 수 있게 한다. 또 서류심사를 통한 구속영장발부―구속적부심―보석 등의 인신구속절차가 ▲법관의 영장실질심사를 통한 영장발부 ▲체포장제도 ▲기소전 보석 ▲구속 및 체포적부심 ▲재판중 보석 등으로 다양화해 불구속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훨씬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불구속 수사와 재판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형사부 및 형사담당 법관의 수를 늘리고 불출석 피고인에 대해서는 구인영장을 발부, 합리적인 이유가 없을 경우 구속하거나 보석을 취소하게 된다. 또 구속·불구속에 상관없이 범죄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을 선고하되 실형이 선고되면 과감하게 법정구속토록 했다. 또 개정 형사소송법에 기소전 보석제도가 신설됨에 따라 보석을 활성화하기 위해 피고인의 신청이 없는 경우에도 재판부가 직권보석을 허가할 수 있다. 유·무죄 판단이 애매하거나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하는 사건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에서 보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보석보증금은 보증보험제도를 유지하되 피고인의 출석을 담보하는 효과를 거두기 위해 현금으로 납입하는 것을 활용하면서 액수도 피고인의 자산 정도를 고려해 탄력적으로 책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이번 제도에 대한 보완책이 미흡하다는 법조계와 학계의 지적도 많다. 신중해진 인신구속제도의 취지는 좋으나 우리 실정상 너무 파격적일 뿐 아니라 법관의 자의적 판단을 막을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시행착오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구속후 집행유예 석방이 아니라 불구속으로 재판한 뒤 실형을 선고하면 법정구속해야하는 피고인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 선고할 때 도주하는 피고인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은 이 때문에 법원경찰 창설을 검토하고 있으나 사법부의 경찰창설이 과연 바람직한지 여부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또 지금까지 금지돼왔던 구속영장발부단계에서 변호사 개입을 공식화함으로써 전관, 학연 등을 이용한 부조리를 막을 수 있는 법관과 변호인간의 투명한 관계 보장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점은 항상 최후방에서 신중하고 냉엄해야 할 사법부가 실무단계에서 엄청난 권한을 소유하게 됨으로써 힘을 추구하는 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법원에 중요 권한을 빼앗긴 검찰에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법원이 새 제도를 도입하면서 활동영역을 대폭 넓혀주는 방법으로 변호사들의 지지를 얻어 이를 반대하는 검찰을 고립시킨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현상엽 기자>현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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