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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채 대응 너무 안이하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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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채 대응 너무 안이하다(사설)

입력
1996.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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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도 경제전망을 하면서 여러 연구소들이 내놓고 있는 보고서들 가운데 공통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기업의 투자위축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외채다. 그중에서도 외채는 그 증가속도가 너무 빠르고 구조가 악성으로 변하고 있어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올해 경상적자가 200억달러를 넘어 220억달러까지 예상되고 있고 내년에도 최소한 180억달러를 넘는다는 예상들이니 2년만에 400억달러, 지난해까지 합하면 단 3년 사이에 500억달러가 늘어나는 셈이다. 수입은 걷잡을 수 없는 추세로 폭증을 거듭하고 있고 수출은 답보상태이며 옛날처럼 공공차관을 들여오는 길도 막혀 있으니 빚은 계속 쌓일 수밖에 없다. 결국은 빚을 내서 빚을 갚아야 하는 어려운 처지가 되는게 아닌가 걱정을 안할 수 없다. 단기채무가 전체 외채의 59%(6월말)를 넘은 것은 특히 충격적이다.

 올해 갚아야 하는 빚만 원금 40억달러와 이자를 합해 100억달러가 넘는다. 여기다가 해마다 200억달러씩 새로 적자가 늘어나고 있으니 이런 추세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몇년안에 외채가 2,000억달러가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정부가 너무 안이한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국제수지 방어대책이니 뭐니하며 옛날 식으로 대응은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관리방안은 나와야 하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아직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데 그냥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얘기다.

 정부관계자들이 걱정없다고 보는 것은 첫째, 총외채가 국내총생산(잠정치 4,800억달러내외)의 2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라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선인 30∼35%에 크게 미달한다는 점, 둘째, 연간 경상적자도 200억달러를 넘는다지만 이 역시 IMF경고선인 5%에 미달이라는 점, 셋째, 외채상환부담률(경상외화수입에서 외채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기준 5.4%로 IMF경고선 8.9%와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수치들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걱정을 하는 것은 외채의 구조가 악성이고 최근의 증가 추세가 너무 숨가쁘기 때문이다. 수출이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 역시 손도 대 볼 수 없는 형편이니 외채는 구조적으로 해결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다가 불과 3년 사이에 500억달러가 순식간에 불어날 정도로 급한 증가추세이고 단기채무 비율 역시 급증추세이니 IMF경고수준 미달이라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흔히들 물가와 성장과 국제수지를 세마리의 토끼로 비유하는데 지금 가장 멀리 달아나고 있는 토끼는 국제수지(외채)가 아닌가 싶다. 외채에 대한 경각심을 새로 일깨우고 더 늦기전에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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