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에게 사기피해를 당한 중국조선족들이 사기꾼을 잡으려고 바다를 건너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정상입국이 어려워 도둑배를 타고 있으며 막상 한국에 오더라도 사기꾼 잡기는 아주 어렵다. 1년째 사기꾼을 찾고 있는 피해자와 진정서를 보내 사기꾼을 잡은 두 사례는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조선족 강명순씨의 사연/“사기꾼 잡기” 한국 헤맨 1년/4년전 교포 78명 한국행 알선 사기당해/주위 빚독촉에 남편은 정신이상·실직/“직접가서 잡겠다” 무작정 입국 헛소득
『몇달만 뒤지면 잡을 줄 알았지요』 79명의 조선족동포 가정을 빚더미에 앉게 한 사기꾼을 찾아 한국에 온뒤 1년동안 헤매고 다닌 강명순씨(56·여)는 4일 연신 눈물을 훔쳤다. 중국 헤이룽장(흑룡강)성 상쯔(상지)시에서 조선중 교사인 남편 박정근씨(61)와 가난하지만 단란하게 살아온 강씨가 한국에 온 것은 지난해 12월. 남편의 5년치 월급을 모아도 부족한 4만위안(4백만원)을 빌려 가짜 초청장을 구했다. 그리고 겨우 1천위안을 갖고 서울에 도착했다.
강씨는 92년 『한국에서 일할 조선족을 구한다』며 외아들(25)에게 접근한 전○○씨에게 속아 자신은 물론 78명의 가정이 풍비박산난 게 너무 분해 전씨를 찾으러 왔다. 사업가로 행세한 전씨는 한국에 가게 해주겠다며 입국수수료명목으로 15만6천위안을 받아 줄행랑쳤다. 돈을 거두어준 강씨가족은 빚독촉에 시달렸고 남편은 정신착란을 일으켜 직장에서 쫓겨났다.
서울의 지하철역에서 잠자며 걸식하기를 2개월여. 배고픔과 추위에 허덕이다 노량진역 앞에 쓰러진 강씨는 이 곳을 지나가던 한모씨를 만나 10개월째 신세를 지고 있다. 강씨는 한씨에 대한 미안감을 표시하면서 『가짜 초청장으로 입국한 사실이 발각될까봐 한국정부에 신고도 못했다』고 한숨지었다.
강씨는 『사기꾼을 찾으러 온 사람은 나뿐이 아니다』며 『최근에는 피해자들이 대표를 뽑아 보내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 도둑배(밀항)를 탄다』고 말했다. 헤이룽장성 하이린(해림)시에 살던 김모씨(65) 등 사기꾼을 잡으려고 밀항을 준비중인 사람도 수십명이나 된다. 그러나 이미 와 있는 사람들 중에서 사기꾼을 잡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박일근 기자>박일근>
◎진정서에 비친 한맺힌 사례/“전재산 날려 아들 학교 못보내”/빚까지내 집안 풍비박산 떠돌이 생활/경찰에 잡힌 사기범은 혐의 거의 부인
중국조선족에게 일자리 알선을 미끼로 2천여만원을 뜯었다가 4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사기혐의로 긴급구속된 최희순씨(63)는 피해자들의 진정에 의해 꼬리가 잡혔다. 최씨는 수배된 권혁수씨(37) 이광철씨 등 2명과 함께 94년 3월 서울에 한국복지공사라는 무역대리점을 차린뒤 95년 6월부터 중국 지린(길림)성 옌지(연길)의 조선족가정을 수차례 방문, 취업소개비 명목으로 47명으로부터 2천여만원을 받았다. 이들은 사업자등록증과 「중국교포처녀 4명 농촌총각 색시된다」는 기사가 실린 일간지기사 사본등을 보여주며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47명은 직접 한국에 올 길이 없자 11월말 인편으로 진정서를 경찰서에 제출했다. 그러나 최씨는 1백70만원 밖에 받은 바 없다고 대부분의 혐의사실을 부인했다.
47명의 진정서중 박춘일 서명희부부의 고발은 이런 내용이었다.
「저는 연길시 장백공사 화룡촌에 살다가 재해가 들어 먹을 것조차 없어 연길시 연남가로 이사하였습니다. 식구는 할머니 한 분, 우리 부부, 어린애 2명 등 모두 5명이어서 어지간히 벌어서는 살림을 하지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눈만 뜨면 어느 때 한국에 가서 돈을 많이 벌어 잘 살아볼 수 있을까 생각하던차 95년 6월 중순에 최희순 이광철 권혁수 세 사람이 연길시 배해순이네 집에 와서 한국 노무수출을 해준다고 말하는 통에 우리는 그 곤란한 살림살이를 하면서도 이자돈을 꾸어가지고 한국입국 수속비로 바쳤습니다. 이들은 9월달까지 꼭 보내준다, 12월까지 가지 못하면 이자까지 준다고 하였습니다. 이광철은 우리 집에 구경왔을 때 『이렇게 못 사는 집도 있는가』하고 한탄까지 하였습니다. 다른 사람은 못 보내도 우리 부부는 꼭 보내준다고 하기에 양고기점까지 팔아 돈을 추가로 마련해 주었습니다. 지금 우리 식구는 집도 없이 이 집 저 집 세살이를 하면서 맏아들은 학교도 못 다니고 할머니는 80세 고령으로 병환중인데 약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억울한 일입니까…」<서사봉 기자>서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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