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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과 포커(레저 사회학: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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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과 포커(레저 사회학:2)

입력
1996.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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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구조 축소판’ 부장도 과장도 없다직장에는 서열과 직급이 있다. 상급자와 하급자와의 관계에는 넘지 않아야 할 선이 존재한다. 이는 때로는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직장과는 다르겠지만 보이지 않는 서열이나 계층같은 것이 분명히 있다.

직장인들이나 선후배들이 모여 즐기는 놀이 중 서열이 없는 곳이 있다. 바로 포커판이다. 오로지 실력만이 존재한다. 처음엔 장난스럽게 「등판 한 번 하지」로 시작하는 판이 한두시간 지나면 긴장이 감돌고, 부장님도 과장님도 체면이 없어진다.

다른 어떤 직업군보다 샐러리맨들이 포커를 많이 하고, 판도 크게 벌리는 경우가 많은 것은 어떤 이유일까?

『직업적인 스트레스가 많이 작용합니다. 회사에서 늘 직위고하에 따라 업무성격과 대접이 달라지고 억눌리는 마음도 생기죠. 그래서 레저 개념으로 시작했다가 한번 포커에 빠져들면 월급을 몽땅 날리기까지 하는 극단적인 사례가 생기기도 하죠』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나미씨의 말이다.

화투와는 또 다르다. 왠지 고스톱은 단순한 안방놀이, 학력수준이 다소 낮은 층에서 많이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포커는 중상류층의 약간 수준있는 「사교」로 여겨진다. 그래서 포커는 다른 어느 것보다 사회적 의미가 강하다.

「포커페이스」란 말이 있다. 자신의 손 안에 있는 카드 패가 좋은 지 나쁜 지를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는 표정관리를 말한다. 사회생활에서 이 말은 자신의 감정을 절대 내비치지 않고, 불리한 상황에서도 태연한 체 하는 노련한 사람에게 비유되곤 한다.

이 사회의 경쟁구조는 포커페이스를 요구하는 지도 모른다. 어떠한 경우에도 냉정함을 잃지 않아야만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고 남보다 앞서 올라설 수 있다.

그래서 포커판은 때로는 비정하기도 하고 냉혹하기도 하다. 똑같은 출발선상에서 룰을 지키면서, 나름의 눈치와 배짱과 실력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포커게임은 경쟁사회의 축소판이다. 그러면서 경쟁사회가 만들어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샐러리맨들의 레저이다.

포커의 매력은 무엇일까. 『다른 모든 오락은 1등 다음이 2등이지만 포커는 2등이 최악입니다. 이것이 매력이죠』 최근 「포커, 알고나면 이길 수 있다」라는 책을 발간한 이윤희씨의 얘기다.

포커는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그래서 포커판에는 사람의 성격이 드러난다. 좋은 패를 잡았을 때의 제스처, 돈을 딴 다음 행동 등. 이런 성격은 사회생활에서도 나타난다. 포커판에서의 공갈이나 배짱, 우유부단함은 그대로 사회생활로 연결될 때가 많다.

페어한 신사게임으로 통하는 포커가 국내에서는 침침한 여관방, 자욱한 담배연기 속에 월급쟁이들의 목을 죄는 도박으로 전락할 때도 있다.

『포커를 즐기다 보면 돈에 대한 감각이 없어질 때가 많죠. 무엇보다 속마음을 털어놓고 대화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레저와 사교의 장으로 활용돼야 할 것입니다. 또 본분을 잃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포커전문가 이윤희씨의 당부이다.<유병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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