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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 여배우 이주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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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 여배우 이주실씨

입력
1996.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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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드라마 ‘쌍코랑 말코랑 이별연습’ 열연/“절망속서 돋아나는 그런 삶도 있잖아요”암 투병 중인 여배우 이주실씨(52)가 서울 대학로 인간소극장에서 혼신을 다해 공연중인 「쌍코랑 말코랑 이별연습」을 보면서 관객들은 삶과 죽음, 가족간의 사랑을 진지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프로의 세계가 진정으로 아름답다고 느낀다. 무대 인생 31년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모노드라마로 연기하고 있는 이씨는 「한네의 승천」 「위기의 여자」 등에서 출중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타고난 배우. 「쌍코랑 말코랑…」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을 앞두고 사랑하는 두 딸과 헤어지는 연습을 하는 이씨의 일기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다. 가슴아픈 모정이 보는 이의 콧날을 찡하게 만든다. 쌍코, 말코는 이씨의 두딸 단비(12)와 도란(26)의 애칭. 이씨는 93년 여름 유방암 선고를 받고 11월 수술했다. 엄마 때문에 안타까워하는 딸들을 보다못해 94년 캐나다에 사는 남동생에게 보냈다. 일찌감치 홀로서게 하자고 독하게 마음먹은 것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이것 밖에 안되는데 저항하고 발버둥치며 시간을 허비하느니 차라리 남은 시간을 잘 여미고 싶었어요.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신생아 울음이 들리잖아요. 삶은 그렇게 돋아나는 거예요』

도란도란 살라고 도란이, 가뭄에 단비 같으라고 단비로 이름지은 두 딸. 『너희가 나를 도와주는 것은 작별하는 거야. 언제고 다시 돌아오게 될거야』 『내 꿈은 무대에 다시 서는 거야. 그리고 그보다 더 큰 꿈은 너희들이 착하고 건강하게 살아주는 거야』. 이 대사를 할 때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그는 꿋꿋하고 씩씩하다. 참 잘 버틴다고 하니까 남의 일처럼 반문한다. 『이런 일 당하면 꼭 혼비백산해야 사람다운 건가요?』 하기는 암 수술 받기 전에 김장까지 해놓는 엄마를 보고 큰 딸도 「징그럽다」고 했단다.

두 딸과는 친구 사이. 전화로 수다떨고 깔깔대고 다투기도 한다.

매일 딸들의 사진을 보면서 아침엔 「안녕?」, 밤엔 「잘 자」라고 인사한다. 그러나 「내일 또 만나자」고는 하지않는다. 현재 병세는 계속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 그의 일기와 두 딸의 글 묶음이 연말께 책으로 나온다. 연극은 내년 2월9일까지(매주 수요일 제외) 계속된다.<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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