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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의 악순환/박희자 네오라이프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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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의 악순환/박희자 네오라이프팀 차장(앞과 뒤)

입력
1996.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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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세일에서 재미를 못본 백화점들이 4일부터 다시 대규모 세일에 들어간다. 최근 들어 기성복업체들 사이에서는 상설할인매장 개설이 유행이다. 이미 할인타운이 형성된 송파구 문정동 말고도 공단 주변과 명동, 강남 등 곳곳에 할인매장이 들어서고 있다. 호텔이나 백화점, 빌딩의 큰 장소를 빌려 벌이는 이월상품 할인판매 행사도 연중 이어지고 있다.이래저래 할인가격에 옷을 살 기회가 많으니 소비자로서는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제 값을 주고 사는 사람은 바보」라는 가격혼돈에 빠져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의류구매방식을 다룬 조사를 보아도 50∼70%가 세일때 옷을 산다. 그러니 기성복업체들도 세일 판매를 당연시한다. 심지어 업계에서는 전체 물량의 절반만 정상가격에 팔아도 「성공사례」로 꼽힐 정도이다. 무언가 잘못 되어도 크게 잘못 되어있다.

물론 첫번째 비판은 판매량을 가늠하지 않고 많이 만드는 기성복업체에 돌아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물량공세를 펼치지 않으면 판매 통로가 열리지 않는 유통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기성복 업체의 하소연도 귀기울여 들을 만 하다.

이들은 우리나라 의류유통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백화점과 대리점이 위탁판매업이나 매장임대업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패션산업의 선진국을 가보면 백화점이나 고급 소매점(부티크)이 고객층에 맞게 팔릴만한 물건의 스타일과 양을 주문한다. 팔고 남은 양을 제조업체에 떠넘기지 않는다. 의류업체로서는 팔릴 양까지 가늠할 수 있으니 무리한 생산을 하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업체에게 매장을 내준 후 판매액의 일정분을 마진으로 뗀다. 업체로서는 판매량을 가늠할 수 없고 매장마다 물건을 걸려니 생산종수와 사이즈를 늘릴 수 밖에 없다. 자연히 전체 물량중에 판매량의 비율은 적고 팔고 남은 재고 부담까지 가산해 옷값을 매기니 비싸질밖에. 비싸니까 소비자들은 세일을 기다린다. 악순환이다. 유통산업의 개방에 앞서 백화점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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