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전문직·큰 키·좋은 매너…/포장된 이미지는 거부/오기·일욕심 많기로 새로이 인정받고 싶다부드럽다.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에 눈가에는 항상 웃음기가 머문다. 친절하다. 어려운 법조항도 예를 들어가며 알아듣기 쉽게 설명한다. 그리고 매끄럽다. 무엇이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웬만한 일은 모나지 않게, 쩔쩔매는 법 없이 수월하게 넘긴다.
대중매체를 통해 보이는 오세훈 변호사(35)의 이미지는 「젊은 귀족」이다. 180㎝의 큰 키에 누구에게나 호감주는 인상, 변호사라는 고소득 전문직업, 나무랄데 없는 매너, 똑똑하고 예쁜 아내와 사랑스러운 두 딸.
『더 이상 욕심 내면 벌받을 것 같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젊은 나이에 가질 건 다 가졌다. 그래서 그는 대부분의 남자들에게는 질시의 대상이지만 여자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올봄 한 설문조사에서 그는 미혼여성이 뽑은 가장 데이트하고 싶은 유부남 1위에 뽑혔다. 다분히 여성독자를 겨냥해 쓴 그의 책 「가끔은 변호사도 울고싶다」가 10만부나 팔린 것도 전적으로 그의 이런 이미지 덕이다.
그러나 그는 마냥 부드럽기만 한 사람은 아니다. 스스로 그런 사람이기를 거부한다. 보다 정확하게는 그런 사람으로 알려지는 것을 몹시 꺼린다. 자신의 일부분이 마치 전체인 것처럼 포장되기 때문이다.
그는 남에게 지는 것을 무엇보다 못 참는다. 스스로 『오씨 오기는 못말린다』고 한다. 욕심이 많다. 무엇이든 잘해야 한다. 그리고 남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법정에서의 그는 전혀 부드럽지 않다. 필요하다면 계산도 한다. 매몰차고 집요하다. 판사를 설득시키기 위해 논리로 무장하고 검사를 공박한다. 그의 이름이 처음 알려지게 된 91년 일조권 침해 손해배상청구소송 때 그는 미소가 아닌 논리로 승소를 따냈다.
방송 시작 이후로는 본업을 소홀히한다는 얘기가 듣기 싫어 이전보다 갑절로 일했다. 가능한한 사무실을 비우지 않았고 수시로 변호사 잡지 등에 논문을 기고해 본업에 충실하려 했다. 또 현재 경원대에서 민사소송법 강의를 하고 있다.
실제 생활에서도 이미지와 다른 부분들이 있다. 그는 옷에 관심이 없다. 베스트 드레서로 뽑힌 적도 있지만 입고 다니는 옷은 아주 기본적인 스타일이다. 가을 정장은 두벌 뿐이다. 와이셔츠도 많지 않고 넥타이는 고를 때마다 난감하다. 꾸미는 걸 싫어해 집과 사무실은 소탈하다. 못하는 게 없는 것 같지만 술과는 상극이다. 한 잔만 먹어도 얼굴이 붉어진다. 고2때 만난 부인 송현옥씨(35·고대 영문학과 강사)와 연애할 때는 둘이 소주 한병을 먹으면 여자가 집에 데려다 줄 정도였다.
정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다. 운동을 좋아한다. 특히 물에서 하는 운동을 즐겨 한때 스쿠버 다이빙에 푹 빠졌었고 지금은 일주일에 세번 수영을 한다.
타인이 보는 자신과 스스로가 느끼는 자신이 이처럼 다른 것은 전적으로 매스컴 때문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변호사인 그가 방송을 시작하게 된 것은 94년 봄 법률상담 프로 「생방송 오변호사 배변호사」에 출연하게 되면서부터. 개업 4년째 변호사 생활의 단조로움을 벗어나고픈 생각과 많은 사람 앞에 나서고 싶다는 욕심에서였다. 방송은 그의 적성에 맞았다. PD들은 초보자인 그에게 별다른 주문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는 타고난 조건으로 이내 스타가 됐다.
광고도 했다. 방송출연 직후부터 웬만한 남성복 업체에서는 한두번씩 섭외가 왔다. 처음에는 「변호사가 무슨 광고…」하는 생각으로 사양했지만 잇단 섭외요청에 「마음이 간사해져」 몇개를 골라 응했다. 부드러운 남자라는 그의 이미지는 사실상 광고가 만들어줬다. 그는 이미지와 실제 사이의 균형을 찾고 싶어한다.
이미지가 종종 실제를 압도하는 때도 있다. 유명세가 싫은 건 아니지만 주위의 반응에 마음 써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좋은 얘기 만큼이나 「본업은 뒷전이고 여기저기 얼굴만 판다」 「얼굴 팔아 수임료 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식의 안좋은 얘기도 많이 듣는다. 법률과 시사 프로그램만 했는데도 「딴따라」 취급하는 사람도 많다. 매일처럼 나가는 법정에서조차 『법정에 다 오실 시간이 있어요?』라는 인삿말을 여전히 들어야 한다. 남들의 시선에 예민한 그에겐 이러한 것들이 때로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이젠 많이 둔감해졌다』고 말은 하지만 인터뷰 중간중간 기자에게 세심한 배려를 주문한다.
그는 이제는 쉬고 싶다고 한다. 앞으로는 변호 외에는 두번째 책 집필과 수료만 한 박사과정 논문에만 매달릴 계획이다. 이번에는 남성 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미국유학도 염두에 두고 있다. 방송은 자제해야한다는 판단이 선 다음부터는 6개월째 고정출연을 제외하고는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출연섭외를 딱 잘랐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이 알고싶다」가 끝나게 되면 당분간 손을 뗄 작정이다. 그러나 그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이라면 언제든 해보고 싶다』는 여지를 남겼다.
오세훈. 그의 부드러움은 편안하게 기대고 싶은 포용이 아니라 가진 자의 여유로 다가온다. 오기와 욕심 때문이다. 오기와 욕심을 부드러움으로 감쌀 줄 아는 남자, 그것이 그의 스타일이다.<김지영 기자>김지영>
□약력
61년 서울에서 1남1녀의 장남으로 태어남
중동중 대일고 고려대 법대졸. 동대학원 수료
사법고시 26회 합격
1991년 개인법률사무소 개설
「생방송 오변호사 배변호사」(MBC) 「그때 그 사건」(KBS2) 「뉴스따라잡기」(SBS) 「그것이 알고싶다」(SBS) 등에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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