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서북쪽 한구석을 차지한 군부대가 오는 8일 조용히 이사한다. 옛 조선총독부 청사 철거와 함께 경복궁 복원사업의 두가지 난제였던 이 부대 이전의 실현으로 복원사업의 마지막 장애물이 없어지게 됐다.5·16쿠데타때 박정희 소장이 궁안에 부대를 주둔시킨 것은 광화문을 헐고 그 안쪽에 총독부 청사를 지은 일제의 횡포에 비견되는 역사의 얼룩이다. 5·18때도 전두환 소장 일파의 쿠데타 모의와 거사의 거점으로 이용됐던 이 부대가 일요일 새벽 소리 없이 옮겨가는 것은 두번이나 쿠데타와 연루된 명예롭지 못한 부대역사를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부대가 옮겨간 자리에 일제때 헐린 태원전이 복원된다는 소식이다. 총독부 신축공사 때 헐어버린 근정문과 함께 이 전각이 복원되면 경복궁은 어느 정도 옛모습을 되찾게 된다. 총독부청사 자리 서북쪽에 있는 문화재관리국 건물과 궁궐 북문인 신무문 안쪽의 전시시설마저 헐리면 더욱 옛모습에 가까워진다. 2009년까지로 잡혀 있는 5단계 복원사업계획이 마무리되는 날에는 300동이 넘던 전각들의 40%정도가 되살아나 조선왕조 정궁의 위용이 드러나게 된다고 한다.
문체부는 광화문을 원위치 대로 지금 자리에서 앞으로 10여m 옮겨 짓고, 좌우의 담을 옛모습대로 복원하며, 광화문 근정문 근정전 세 건물의 배치가 좌우로 평행이 되도록 하겠다는 장기계획을 갖고 있다. 박정희정권때 복원한 광화문이 제자리를 도로에 잠식당해 근정전과 엇비슷하게 서있는데 이것까지 바로 잡겠다는 것이다. 이 계획과 함께 지금 중학동 네거리 한가운데 섬처럼 서 있는 동십자각까지 담장을 연결하고, 내친 김에 효자동 입구 3거리에 있던 서십자각까지 복원한다면 금상첨화겠다. 그러나 서운하게도 문화재 당국은 주변도로에 빼앗긴 땅을 되찾지 않고는 안될 일이어서 장기과제로 남겨두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논설위원실에서>논설위원실에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