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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10주년 맞은 포항공대 장수영 총장(한국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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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10주년 맞은 포항공대 장수영 총장(한국인터뷰)

입력
1996.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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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적 경쟁통한 세계적 대학 목표”/첨단 기자재 도입 등 연구분위기 선도 자부/국내 대학 경쟁력은 선진국 10%선 불과/정부,대학운영 자율권 주고 재정지원 적극 나서야포항공대가 3일로 개교 10주년을 맞았다. 국내 최초의 「연구중심 대학」을 표방하며 86년 개교한 포항공대는 엄격한 학사관리와 교수업적평가, 파격적인 장학제도 등을 통해 건학 10년만에 국내 최고의 대학으로 자리을 굳혔다. 포항공대는 국내 최대규모의 기초과학 프로젝트인 방사광 가속기를 94년 자체기술로 완공, 가동함으로써 한국과학기술사에도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의 MIT」 「한국의 사이언스 빌리지」로 통하는 포항공대의 장수영 총장을 만났다.<편집자 주>

-개교 10주년을 축하합니다. 포항공대가 짧은 연륜에도 국내 최고의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3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우선 박태준 전 회장을 비롯한 포항제철의 확실한 연구중심대학 육성의지와 아낌없는 지원, 고 김호길 전 총장의 투철한 교육이념, 그리고 외국에서 활동하다 귀국한 유능한 교수들의 노력이 어우려져 오늘의 포항공대를 일궈냈다고 봅니다』

-포항공대가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무엇보다도 국내 대학에 연구분위기를 심어줬다고 자부합니다. 실례로 86년 개교당시 포항공대 대학본부에 설치한 중앙컴퓨터가 VAX8800이었는데 서울대는 VAX780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VAX780은 제가 미국에 있을 때 개인컴퓨터로 사용한 기종입니다. 충격을 받은 서울대가 새로운 연구기자재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타 대학들도 뒤따르면서 침체됐던 국내대학의 연구분위기에 신선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대학원생 장학생제도와 개교당시부터 실시해온 유사학과 통합운영도 타대학의 모범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포항공대도 나름대로 문제가 있을텐데요. 우리나라의 중앙집중적 사회구조상 지방에 캠퍼스를 두고 있는 것은 큰 취약점이 아닌지요.

『지방소재대학으로 현실적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러나 영국의 옥스퍼드, 케임브리지대와 미국의 뉴욕, 프린스턴, 코넬대 등 외국의 대부분 명문대들은 지방에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국내외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포항공대에는 10여개 학과밖에 없지만 국내외적으로 최우수학과로 인정받는다면 지방에 소재한 핸디캡쯤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소수 이공계 학과만으로 구성돼 학생들의 교과목선택 제한과 학문의 편식현상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학과를 확충할 계획은 없는지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학과가 많다고 학생들이 많은 과목을 수강하는 게 아닙니다. 실제로 서울대 공대와 포항공대의 개설과목수는 비슷하며 유수한 지방국립대인 부산대보다는 교양과목과 교양전임교수를 훨씬 많이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방학중에는 연세대 이화여대와 학생교환교육을 통해 다양한 과목에 대한 수강기회를 제공하고 3학년이 되면 외국명문대에 유학기회를 주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입시때마다 복수합격생들이 서울대로 빠져나가 포항공대가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데 입시제도를 빠꿀 생각은 없으신지요.

『내년엔 입시제도에 변화를 주려고 합니다만 아직 구체적 내용은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대학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고 합니다. 국내대학의 경쟁력은 어느수준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안타깝지만 국내대학의 경쟁력은 선진국의 10%수준에 불과합니다. 세계유명 학술지에 게재되는 국내 전체대학의 논문(SCI 과학논문인용)수는 연간 5,000여건으로 미국의 1개대학 수준에 불과합니다. 하버드대는 연간 7,000∼8,000건, 일본 도쿄(동경)대도 3,500여건에 이르고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는 교수 1인당 학생수가 32명이나 되지만 미국 유명사립대의 경우 5∼10명에 불과하고 영국과 일본도 10명정도 입니다』

-정부의 대학교육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부는 하루빨리 대학교육 정책을 통제에서 자율로 바꿔야 합니다. 대학운영이 교육부의 손에 통제받는 상황에선 대학의 경쟁과 발전이 있을 수 없습니다. 대학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도록 자율권을 주고 법을 어겼을 때는 엄단해야겠죠』

-국내대학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 대학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재정문제입니다. 전체 예산의 60∼80%를 학생등록금에 의존하는 열악한 재정상태로는 좋은 연구자재를 구입하기 어렵고 교수도 전임보다는 시간강사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대학에 보다 많은 재정지원을 해야 합니다. 학부모들의 기부도 절실합니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교육열이 어느나라보다도 높습니다만 자녀들이 대학만 가면 손을 뗍니다. 학부모가 대학교에 기부금을 내놓았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대학에 많은 기부금이 들어올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과 법규도 개선돼야 할 것입니다』

-현행 대학입시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 초등·중·고교는 교육이 아니라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일종의 통과절차에 불과합니다. 한 분야에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자기가 가고 싶은 대학의 학과에 진학할 수 없는 게 현 입시제도입니다.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역시 대학에 맡기는 것입니다』

-일부 대학에서 총장선임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포항공대는 총장추천위원회라는 독특한 제도로 총장을 선임하고 있는데 국내 대학의 총장선임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러가지 방식이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에선 직선총장제가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는 사실입니다. 현 직선제는 군사정권이 만들어낸 제도의 반작용으로 태동한 것이지만 파벌조장과 흠집내기 등 비교육적 작태만 양산하고 있습니다. 실제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총장이 중임된 사례가 없지 않습니까』

-최근 한총련사건으로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이념에 대해 우려의 소리가 높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우리대학의 모토는 과학 국민 미래를 생각하는 대학생이 되자는 것입니다. 요즘 대학생들이 일제강점이나 6·25 등을 겪지 않아 국가상실의 설움을 모른다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사회주의는 분명 이상주의이지만 실패한 사상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습니까. 물론 이러한 사태는 교수들에게도 문제가 있습니다. 국가관이나 이념교육은 윤리시간에만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평소 학생들에게 강조하시는 생활철학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전문분야에 최고가 되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처럼 모든 과목을 잘 하도록요구하는 교육풍토에선 결코 아인슈타인이 나올 수 없습니다. 자신의 재능에 맞춰 한 분야에 최고가 되는 것이 절실합니다』

-21세기를 향한 캠퍼스 마스터플랜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1세기 포항공대의 미래상이 궁금합니다.

『도서관과 전산소를 통합, 지상 10층규모의 학술정보센터와 교수회관을 건립하는 등 제2차 캠퍼스 마스터플랜을 추진중입니다.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3,000평 규모의 환경광학동을 세우고 LG반도체의 지원으로 3,000평규모의 전자연구동을 건립할 계획입니다. 또 연말에는 5,000평규모의 화학·생명과학동이 완공됩니다. 그러나 최대목표는 질적 경쟁을 통해 명실상부한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으로 발전하는 것입니다』<유명상 기자>

□약력

▲1940년 평북 의주출생 ▲61년 서울대 전기공학과 졸 ▲71년 미국 메릴랜드대 공학박사 취득 ▲71∼77년 메릴랜드대, 뉴욕주립대교수 ▲77∼86년 미 연구소 활동 ▲86년 포항공대 설립요원 활동 ▲87∼94년 포항공대 초대 교무처장, 기획실장, 부총장 ▲94년 8월 포항공대 제2대 총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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