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합·송어 등 먹이싸움서 밀려 멸종위기미국 연안 생태계도 외래종 동식물의 「침략」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외래종이 대거 유입되면서 토종들이 먹이싸움에서 밀려 생태계 구성이 뒤바뀌는가 하면 일부 고유종들이 멸종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북동부 메인주 연안의 경우 유럽산 녹색게가 토종 대합을 마구 잡아먹고 있다. 남부 플로리다주도 지중해산 게가 연안생태계의 좌장노릇을 하고 있다. 특히 북동부 5대호에서는 외래종 칠성장어가 송어를 잡아먹는 등 토종 어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아메리카 토종어류 보호협회」의 페이스 맥그루더씨는 『5대호의 경우 외래종 칠성장어 한 마리가 평생동안 평균 20.4㎏의 송어를 잡아 먹는다』며 『이대로 가면 5대호의 어업은 완전히 끝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5대호에 번성하고 있는 외래종 얼룩말홍합은 거대한 송수관의 흐름까지 방해할 정도로 폐해가 심각하다.
캘리포니아 등 18개주에서는 정체불명의 유럽산 기생충이 번져 무지개송어가 다 자라기도 전에 죽어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서부 연안의 습지에서는 코드그래스(Cordgrass)라는 외래종 초본이 번성, 새들이 서식처를 잃고 있다.
북미대륙 수중생태계에서 외래종의 침략이 가장 심한 곳은 서부 샌프란시스코만 일대. 버클리대 에너지자원연구소와 윌리엄스 칼리지 해양학연구소가 지난해 12월 공동 조사, 발표한 바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만의 경우 70년 이후 유입된 것으로 확인된 외래종은 모두 212종. 이 중 69%가 무척추동물이고 15%는 조류 등 척추동물, 12%가 유관속식물, 4%가 원생생물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메바형 단세포생물인 트로카미나 하다이(Trochammina Hadai). 과학자들은 이들 외래종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만생태계에 재앙을 가져올 것은 확실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같은 외래종의 주된 유입 경로로 화물선을 지목하고 있다. 항구에 기착할 때마다 배출수를 내보내는 과정에서 거기에 담겨 있던 유기체들이 흘러나온다는 것이다. 연방정부는 90년에 이미 「외래종 수중생물 방지법」을 제정하는가 하면 외래종 차단과 연구를 위해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으나 큰 실효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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