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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기자 영장기각 의미

입력
1996.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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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명예훼손’ 관행깨고 ‘공공 알권리’ 폭넓게 인정법원이 2일 「시사저널」 이교관 기자의 구속영장을 전격 기각함에 따라 「청와대의 북한에 밀가루 5천톤 제공」파문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특히 영장기각 사유가 언론보도의 한계를 폭넓게 인정하는 진취적인 내용이어서 언론계 안팎의 주목을 끌고 있다. 법원의 결정은 「오보=명예훼손」으로 인식돼 온 관행을 깨며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보도의 자유를 재확인시킨 판단으로 언론계에서는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울지법 홍기종 판사는 『언론보도가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없어도 공공의 진지한 관심이 있는 내용이라면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인 만큼 특정인의 명예가 훼손됐다 해도 보도자를 처벌하려는 공권력의 개입은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기각사유를 밝혔다. 보도내용이 진실하다는 입증은 부족하지만 대북식량지원이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어서 비방의 목적을 인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검찰은 애초부터 오보를 명예훼손여부를 인정하는 잣대로 삼았다. 현대그룹측과 청와대가 밀가루 대북지원 사실을 전면부인하는데다 시사저널측이 취재원이나 보도근거를 밝히지 않아 오보임이 명백해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시사저널측이 기사를 자진 삭제키로 결정한 뒤에도 언론사와 야당 등에 팩스로 보도내용을 알린 것은 고의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오보의 근거로 기사에 적시된 7월16일 무렵 현대그룹 박세용 사장이 중국에 출국한 사실이 없는 점 등을 꼽고 있다.

그러나 시사저널측은 『재판과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며 검찰의 주장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특히 박사장이 6월에 2주가량 중국에 체류했다고 주장하고있어 청와대 밀가루 대북지원설의 진위여부는 결국 재판과정에서 보다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이태규 기자>

◎영장기각사유

피의자의 행위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는 그 행위에 위법성이 없으며 또한 진실하다는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 행위가 진실하다는 증명이 없고 그것이 진실하다고 믿는데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하여도 민주사회의 기본질서를 이루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수행하는 언론매체의 보도로서 공공의 진지한 관심이 있는 내용이라면 그것은 곧 공공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이므로 이러한 과정에서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하더라도 보도자가 악의로 명예훼손을 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보도하지 않았다면 보도자를 처벌하려는 공권력의 개입은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피의자가 언론매체를 통해 공표한 행위는 보도내용이 진실하다거나 진실하다고 믿는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입증이 부족한 사실은 소명되나 위 보도내용은 대북식량지원이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악의로 진실에 반하는 내용을 보도하였다고 보여지지 아니하고 주거가 일정하고 중국에서 자진귀국하는 등 신분상 도주우려가 없으며 검찰이 확보한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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