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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걱정말고 일하세요/상업은행 종로지점 ‘상은 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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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걱정말고 일하세요/상업은행 종로지점 ‘상은 어린이집’

입력
1996.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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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상업은행에 근무하는 여직원에게 가장 인기있는 근무처는 종로지점이다. 특히 2∼5세의 유아를 둔 기혼여직원들이 대부분 이곳으로 발령받기를 원하는 바람에 인사부가 골치를 앓을 정도다. 이 지점의 2층에 자리잡은 직장탁아시설 「상은어린이집」때문이다.상오 8시에서 하오 8시까지 12시간씩 운영되는 이곳에 아이를 맡기는 기혼여성들은 근무시간 동안 아이에 대한 걱정에서 풀려난다. 맞벌이 부부인 기혼남성들도 마찬가지이다.

48평의 넓은 공간에 보육실, 침실, 자료실 등을 다양하게 갖춘 이 어린이집에 20개월에서 6세된 어린이 20명이 놀이에 열중해 있다.

상오 인지개발프로그램에서 선생님이 『사회에 봉사하는 기관은 어디인가요?』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경찰서, 소방서」보다 먼저 「은행」을 꼽는다. 선생님의 피아노 소리가 시작되면 율동과 동요를 배우고 넓은 보육실에서 뛰어노느라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아이들은 상오 9시에 근무를 시작하는 부모와 함께 이곳에 도착하느라 아침을 거르기 일쑤다. 이 점을 배려, 9시30분이면 먼저 만두국, 토스트, 달걀로 식단이 짜인 아침간식이 제공된다.

원장 강미석씨(33)는 『한달에 8만 5,000원만 내면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기 때문에 종로지점 뿐 아니라 광화문, 세운, 남대문지점 등 가까운 지점에 근무하는 행원까지 아이를 맡기고 있다』고 한다.

상은어린이집은 금융권 최초의 직장 탁아소로 94년 4월 문을 열었다. 여성인력이 전체직원의 35∼40%를 차지, 「여성들이 마음놓고 일하게 하는 데는 직장탁아소만한 것이 없다」는데 노조와 회사가 합의함으로써 가능했다. 상업은행측은 은행 소유의 건물에 1억4천만원의 시설투자비를 들였고 다달이 드는 운영비 600∼650만원 가운데 70%이상을 부담하고 있다.

다만 집이나 직장이 탁아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직원의 경우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남아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노총산하 금융노련이 추진하는 공동 직장탁아소. 외환, 조흥, 제일은행 등 16개 은행이 합동으로 재정지원을 해서 내년 초 서울 시내 아파트 밀집지역 16군데에 설치할 계획이다. 가까이 사는 16개 은행의 직원들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직장탁아소 실태/여성 300인이상 직장중 5.4%만 설치

96년 보사부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보육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아동 102만명 가운데 28%인 36만4,000명만이 보육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영유아보육법」이 여성 근로자 300인 이상의 모든 직장은 반드시 보육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처벌규정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키는 업체가 극히 적다.

여성근로자가 300인 이상인 329개사 가운데 5.4%인 18개사만이 직장탁아소를 설치했을 정도이다. 오히려 의무화와는 거리가 먼 업체 가운데 87개사가 직장탁아소를 설치, 직장탁아소 설치문제는 기업의 의식수준에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직장탁아소를 설치한 이들 105개사의 공통점은 젊은 여성근로자가 많고 숙련된 노동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 주로 전자 섬유업 등의 생산업체와 병원 보험사 등이 해당된다.

회사측으로서는 보육서비스를 받게 될 아동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은데 3∼4억원(금융노련 추산)의 비용이 드는 시설을 만드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융노련의 김영주 부위원장은 『여직원 뿐 아니라 맞벌이 남자직원도 직장탁아소의 혜택을 입는다. 여성노동자만 300명 이상이어야 한다는 현행 영유아보육법의 규정은 보강되어야 한다』고 노조측 입장을 대변한다. 또 한국여성개발원의 양승주 연구원(38)은 『기업이 꼭 탁아소를 직접 설치, 운영하지 않더라도 인근 지역의 민간보육시설을 이용하게 하고 대신 보육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포함해 다양한 형태의 직장탁아제도가 강구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일본, 독일, 덴마크, 스웨덴 등 선진국에서는 3세이상 아동가운데 70%이상이 국가로부터 보육서비스를 받고 있다.<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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