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본질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당당한 승자와 떳떳한 패자를 가리는 페어플레이에 있다.세계정상급이 대거 참가한 후쿠오카마라톤에서 우승한 이봉주가 멋져 보인 것은 막판까지 투혼을 발휘하며 당당하게 레이스를 펼쳤기 때문이다. 당당한 승자만 있다면 스포츠의 묘미는 반감된다. 최선을 다한 떳떳한 패자도 있기에 스포츠는 살아 숨쉬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한국 스포츠계는 당당한 승자보다는 비겁한 패자들이 판을 흐리고 있다. 한국레슬링은 국제스포츠계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효자종목이다. 올림픽 사상 최초의 금메달도 레슬링선수인 양정모(76년 몬트리올)가 획득했고 이후에도 레슬링은 올림픽때마다 1∼2개의 금메달을 획득, 한국스포츠의 위상을 높여왔다.
이런 레슬링이 최근 추잡한 내분으로 삐걱대더니 급기야는 국제적으로 망신을 자초하고 나섰다. 협회 집행부에서 밀려난 모 국제심판이 현재 협회를 장악하고 있는 정적의 비리를 국제레슬링연맹(FILA)에 알려 그의 국제심판자격을 정지시킨 것이다. 그러자 위기감을 느낀 협회인사는 그를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할 계획이다. 이들의 행태를 지켜 보노라면 서글픈 생각마저 든다. 내부문제의 해결을 FILA에 요청한 것은 자정능력이 없음을 시인한 사대주의적 발상인 것이다.
야구 유망주인 손지환(휘문고3)과 프로야구단 LG,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비겁한 패자들이다. 올초 연세대와 가계약했던 손지환은 최근 LG입단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중계약하면 자퇴키로 각서를 썼던 손지환은 어쩔 수 없이 자퇴했다.
프로-아마 협정서에는 중퇴선수는 1년간 프로에서 뛸수 없도록 규정돼 있지만 KBO는 고졸예정자 계약기간내에 계약했고 이후 자퇴했기 때문에 프로입단에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는 묘한 해석을 내려 그의 LG입단을 법적으로 뒷받침했다. 실소를 금치 못할 비겁한 패자들의 행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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