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장선출 ‘킹메이커’/평소 개도국 두둔 미로선 껄끄러운 상대『난마처럼 얽힌 차기 유엔 사무총장 인선문제는 내가 책임지겠다』
1일 유엔안보리 순회의장직을 맡은 파올로 풀치(65) 유엔주재 이탈리아대사가 유엔 사무총장의 「킹메이커」역을 자임하고 나섰다.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현 사무총장의 유임 여부를 놓고 미국과 기타 안보리 회원국들이 첨예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연말까지 승자와 패자없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겠다』고 호언하고 있는 것이다.
풀치 의장은 「공평한 중재역」을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측 시각은 그리 곱지 않다. 유엔에서 평소 개발도상국의 입장을 두둔해온 데다 미국의 압력이 먹혀들지 않는 뚝심의 외교관으로 정평이 나있기 때문이다. 부트로스 갈리 총장과의 관계도 그리 나쁘지 않은 편.
게다가 그는 유엔주재 독일·프랑스대사와 함께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선뜻 수용하기 어려운 중재안을 내놓은 바 있다. 『미국이 부트로스 갈리 총장의 임기를 2년 연장하는 선에서 사태를 매듭짓자』는 게 중재안의 골자였다. 이 안은 안보리는 물론 기타 유엔 회원국의 호응을 얻고 있어 미국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미국으로선 후임 사무총장 인선마감이 연말로 다가온 민감한 시기에 이같은 성향의 풀치가 안보리 의장직을 맡았다는 점이 영 껄끄럽지 않을 수 없다.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에 능통한 풀치는 56년부터 줄곧 이탈리아 외무부에 몸담아온 베테랑 외교관. 프랑스·러시아·일본·캐나다대사를 거쳐 93년 유엔대사를 맡았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제3세계 외교관들과도 폭넓은 교분을 쌓아온 풀치가 사무총장 인선이라는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된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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